전공의 이탈에 '병원도 막다른 길'…유사 진료과 통합해 병동 운영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 16일째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는 물론 남은 의료진의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병원에서는 환자가 줄어들자 유사 진료과를 통합해 병동을 운영하고, 남은 의료진에게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천854명에 대해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한 가운데 일부 전문의도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전공의 집단사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공의 복귀 움직임은 미미한 수준입니다.
인천시는 11개 수련병원의 전체 전공의 553명 중 인턴 148명을 비롯한 216명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이들을 포함해 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전공의 352명도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울산지역 유일 수련병원인 울산대병원은 전공의 126명 중 8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현장에 복귀했으나, 그 수는 미미한 수준입니다.
경기 남부 지역의 경우 주요 수련병원 7곳 소속 전공의 가운데 90%가량이 근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채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한 사태가 길어지자 남은 의료진들은 체력적으로 버티는 데 한계에 이른 상황입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중증이 아닌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옮기고, 입원환자와 외래환자를 줄였다며, 전공의 4명이 서던 당직을 혼자서 하며 버텨야 하는데 체력과 정신력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앞으로 한 달이 고비라면서 환자를 보고 싶어도 더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전북에서는 어제(5일) 도내 13개 종합병원 원장이 모여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서일영 원광대 병원장은 한 교수는 지금 60시간 연속 당직을 서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병원에서는 병동을 축소해 운영하거나 남은 직원들에게 휴가 사용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부산대병원은 환자 수가 줄어들면서 1천172병상의 가동률이 50%까지 떨어지자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2개 진료과를 한 병동에서 운영해 현재 6개 병동이 비어 있다며, 간호사 등 환자를 돌보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충북대병원도 간호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환자 수가 적은 입원 병동 2곳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습니다.
전공의 94%가 이탈한 제주대병원은 오늘부터 간호·간병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습니다.
조만간 내과 중환자실 운영 병상은 20개에서 내과 8개, 응급 4개 등 12개로 축소할 예정입니다.
병상 가동률은 70%대에서 30%대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제주대병원 관계자는 간호사들은 기존에는 휴일에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바빠 연차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금전으로 보상받았다며, 환자가 줄어 경영상 애로사항도 있어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는 각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7천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불이행했다는 확인서를 받은 뒤 현장점검을 벌였습니다.
미복귀 한 전공의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를 하겠다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사법처리 수순을 밟으면서 전문의들도 이에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의 전공의 사법처리 방침에 겸임해제, 사직서 등을 언급했습니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3개 수련병원(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교수 996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겸직해제·사직서 제출 찬반 의사를 물은 이 설문에서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를 실행해야 한다'는 응답이 469명으로 응답자(605명)의 77.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충북대병원 소속의 한 교수는 어제 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는 SNS에서 의사 면허를 정지한다는 보건복지부와 현재 정원의 5.1배를 적어낸 총장의 의견을 듣자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이 다시 들어올 길이 요원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다면 중증 고난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남을 이유가 없어 사직하고자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현재까진 광주·전남 병원에서 교수 등이 사직서를 내거나 집단행동을 할 조짐은 없으나 일부 교수들은 수도권 '빅5' 병원 대응에 연대할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한 상황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류희준 기자 yooh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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