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들, '아딱질'을 타이틀로 했으면 어땠을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여자)아이들은 지난 1월 29일 정규 2집 '2'를 발매했다. 발매 후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주요 음원 차트 상단에는 (여자)아이들의 노래가 이름이 올라가 있다. 예상과 달리 그 노래는 타이틀곡 'Super Lady'가 아니다. 선공개 곡이었던 'Wife'도 아니다. 조금은 낯설수도 있는 수록곡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이하 '아딱질')가 5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위 밖으로 밀려난 'Super Lady', 'Wife'와 달리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가 차트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딱질'은 '2'의 6번 트랙에 수록된 노래로 펑크 기반의 미니멀하면서도 알록달록한 밴드 사운드를 특징으로 하는 곡이다. 타이틀곡 'Super Lady', 'Wife'와 마찬가지로 소연이 작사, 작곡을 맡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특히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운명'을 위트 있게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아딱질'은 정식으로 발매된 뮤직비디오나 음악방송 활동이 없는 수록곡이다. 소속사의 홍보 전략 역시 'Wife'나 'Super Lady'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아딱질'의 성공은 특별한 홍보 전략보다는 노래 자체가 가진 힘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실 특정한 그룹의 코어한 팬층이 아니라면 앨범 수록곡을 찾아 듣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딱질' 역시 팬덤 내부에서는 좋은 반응을 이끌었지만, 그 반응이 팬덤 외부로는 넘어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좋은 수록곡'의 패턴을 보였다.
그러나 KBS 2TV '이효리의 레드카펫'이나 유튜브 잇츠 라이브 채널에서 선보인 '아딱질' 무대가 그 반응을 팬덤 외부로까지 확장시켰다. 조금씩 외부로 노출되고 이를 접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아딱질'의 반전이 시작됐다. 앨범 발매 시기와 음원 차트에서 상승한 시기의 간격이 짧긴 하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좋은 노래가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순식간에 기세를 타고 올랐다는 부분에서는 차트 역주행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면 '아딱질'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노래가 좋아서다. '아딱질'의 흥행으로 소연이 이 노래를 작업할 때 타이틀곡으로 생각했었다는 점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물론, 요즘은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퀄리티 차이가 많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처음부터 타이틀을 염두에 두고 작업한 노래와 그렇지 않은 노래는 디테일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소연과 밴드 사운드의 조합은 듣는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퀸카'가 수록됐던 미니 6집 'I feel'의 선공개 곡 'Allergy'가 그랬고 정규 1집 'I NEVER DIE'의 수록곡 '말리지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아딱질'은 많은 사람들에게 'J팝 재질'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 OST 재질'이라는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평소에도 밴드 사운드와 좋은 조합을 이뤄냈던 미연의 목소리가 찰떡같이 달라붙으며 그 감성을 극대화시켰다.
조금 더 주제를 확장해 보자면,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노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찰도 해볼 수 있다. '톰보이'의 성공 이후 (여자)아이들의 노래는 계속해서 강렬하게 진화했다. 'Nxde', '퀸카', 'Super Lady' 등 (여자)아이들의 타이틀곡은 일관된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콘셉츄얼한 모습을 강조했다. 이는 팀의 핵심 소비층인 코어 팬덤을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데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그 반작용으로 대중적인 관점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나 이번 앨범 공개 과정에서는 콘셉트를 강조하다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대로 '아딱질'은 그런 콘셉트나 주제의식에 얽매이지 않는 노래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스케일로 휘황찬란한 모습을 자랑하는 'Super Lady' 보다 무난하게 듣기 좋은 '아딱질'에 대중들의 손이 많이 간다는 건 앞으로의 방향성에 있어서도 한 번쯤은 짚어볼만한 지점이다.그리고 이는 비단 (여자)아이들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많은 K팝 아이돌이 '이지 리스닝'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우고 있는 흐름 역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딱질'이 타이틀인 또 하나의 평행 우주는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전면에 나온 '아딱질'이 지금보다 더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면서도 콘셉트가 약해진 타이틀곡이 실망스러운 반응을 얻을 가능성도 떠올리게 된다. 필연적으로 안무를 춰야 하는 K팝 시장에서 멤버들은 여전히 스탠딩 마이크 앞에 머물러 있을지 혹은 밴드 사운드에 맞춰 안무를 선보일지 호기심도 생긴다. 수록곡이 된 'Super Lady'를 향한 팬들의 반응은 어떨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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