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대언어모델 0.4초만에 처리…삼성 28나노공정으로 초저전력 AI반도체 기술 개발

박정연 기자 2024. 3. 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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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와 심층 인공신경망의 상보적 특성을 나타낸 모식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초전력‧초고속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기술인 ‘상보형-트랜스포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AIST PIM반도체 연구센터와 유회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400밀리와트(mW) 초저전력을 소모하면서 0.4초의 속도로 거대 언어 모델을 처리할 수 있는 상보형-트랜스포머를 '삼성 28나노공정'을 활용해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발표 및 시연됐다.

연구팀은 그동안 다량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250W의 전력소모를 통해 구동되는 GPT 등 거대 언어 모델(LLM)을 가로세로 길이 4.5mm로 작은 한 개의 AI 반도체 칩 상에서 초저전력으로 구현하는 것에 성공했다. 인간 뇌의 동작을 모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의 일종인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SNN)를 활용해 트랜스포머 동작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은 합성곱신경망(CNN)에 비해 부정확하며 주로 간단한 이미지 분류 작업만 가능했다. 연구팀은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의 정확도를 CNN과 동일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단순 이미지 분류를 넘어 다양한 응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상보형-심층신경망(C-DNN)을 제안했다.

상보형 심층신경망 기술은 작년 2023년 2월에 개최된 국제고체회로설계학회(ISSCC)에서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김상엽 KAIST 연구원이 발표한 바 있다. 심층 인공 신경망(DNN)과 SNN을 혼합해 사용하며 입력 데이터들을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망에 할당해 전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뇌를 모방한 SNN은 입력값의 크기가 클 때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고 입력값의 크기가 작을 때에는 전력을 적게 소모한다. 사람의 뇌가 생각할 것이 많을 때 에너지 소모가 많고 생각할 것이 적을 때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것과 같다.

지난해 연구에서는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작은 입력값들만 SNN에 할당하고 큰 값들은 DNN에 할당해 전력 소모를 최소화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상보형-심층신경망 기술을 거대 언어 모델에 적용함으로써 초저전력·고성능의 온디바이스 AI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입증했다. 그동안 이론적인 연구에만 머물렀던 연구내용을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반도체 형태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연구팀은 뉴로모픽 컴퓨팅의 실용적인 확장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문장 생성, 번역, 요약 등과 같은 고도의 언어 처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관건은 뉴로모픽 네트워크에서 높은 정확도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뉴로모픽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은 높지만 학습 알고리즘의 한계로 인해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때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으며 거대 언어 모델과 같이 높은 정밀도와 성능이 요구되는 작업에서 큰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독창적인 'DNN-to-SNN 등가변환기법'을 개발해 적용했다. 기존의 DNN 구조를 SNN으로 변환하는 방법의 정확도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스파이크의 발생 문턱값을 정밀 제어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SNN의 에너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DNN 수준의 정확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인공지능반도체용 하드웨어 유닛은 기존 거대 언어 모델 반도체 및 뉴로모픽 컴퓨팅 반도체에 비해 4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먼저 DNN과 SNN를 상호 보완하는 방식으로 융합한 독특한 신경망 아키텍처를 사용함으로써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연산 에너지 소모량을 최적화했다. DNN과 SNN을 상보적으로 활용해 모두 효율적으로 신경망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반도체용 통합 코어 구조를 개발했다.

SNN 처리에 소모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해선 출력 스파이크 추측 유닛을 개발했다. 거대 언어 모델의 파라미터를 효과적으로 압축하기 위해 ‘빅-리틀 네트워크 구조’와 암시적 가중치 생성기법 그리고 부호압축까지 총 3가지 기법을 사용했다.이를 통해 GPT-2 거대 모델의 7억800만개에 달하는 파라미터를 1억9100만개로 줄였다. 

번역을 위해 사용되는 T5 모델의 4억200만개에 달하는 파라미터 역시 동일한 방식을 통해 7600만개로 줄일 수 있었다. 이러한 압축을 통해 연구진은 언어 모델의 파라미터를 외부 메모리로부터 불러오는 작업에 소모되는 전력을 약 70% 감소시키는 것에 성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상보형-트랜스포머는 전력 소모를 기존에 사용되던 엔비디아의 A100 GPU 대비 625배만큼 줄이면서도 GPT-2 모델을 활용한 언어 생성에는 0.4초의 고속 동작이 가능하다. T5 모델을 활용한 언어 번역에는 0.2초의 고속 동작이 가능하다. 

또한 파라미터 압축에 따른 정확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경량화 정도에 따른 정확도 하락률을 반복 측정해 최적화했다. 언어 생성의 경우 1.2 분기계수만큼 정확도가 감소했지만 이는 생성된 문장을 사람이 읽기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모바일 장치 등 에너지 제약이 높은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거대 언어모델을 구동할 수 있어 온디바이스AI 구현을 위한 최적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거대모델의 파라메타 수를 줄이는 데에만 집중된 최근 연구 트렌드와 달리 파라미터 수 감소에 더해 초저전력 처리가 가능한 뉴로모픽 컴퓨팅을 거대언어 모델 처리에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연구팀은 향후 뉴로모픽 컴퓨팅을 언어 모델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응용 분야로 연구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상용화에 관련된 문제점들도 파악해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존 인공지능반도체가 가지고 있던 전력 소모 문제를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GPT-2와 같은 실제 거대언어모델 응용을 성공적으로 구동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뉴로모픽 컴퓨팅은 인공지능시대에 필수적인 초저전력·고성능 온디바이스AI의 핵심기술인만큼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이번 연구성과는 인공지능반도체가 NPU와 PIM을 넘어 뉴로모픽 컴퓨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이러한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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