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균안 외풍'에 휘청거릴까…"투수진 강하다" 롯데의 자부심, 근거는 충분하다
[OSEN=조형래 기자] “투수진은 너무 빡빡하다.”
롯데 자이언츠가 현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야는 현재 투수진이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중반 이후부터 “투수진 엔트리가 빡빡하다. 누구를 빼야할지 모르겠다”라면서 투수진 전체의 기량과 페이스를 흡족해 했다.
선수단 사이에서, 특히 투수진 내부에서도 자신감이 넘치고 또 자부심도 대단하다.
투수조장 김원중은 지난 2월 괌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우리 투수진이 지금 엔트리에 드는 것도 빡빡하다. 현재 페이스가 다 좋고 캠프에 온 선수들 모두 정말 좋다. 누구 한 명을 뽑기 힘들 정도로 정말 좋다. 감독님과 코치님도 정말 고민이실 것 같다”라면서 “다른 팀 투수진을 안 봐서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투수들 가운데 누가 엔트리에 포함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 역시 “우리 팀 투수진은 어느 팀과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야수진 역시 마찬가지다. 베테랑 정훈은 “우리 팀 투수가 너무 좋다. (박)진형이도 왔고 곧 (이)민석이도 돌아온다”라고 설명하면서 투수진의 무게감을 설명했다.
지난해 롯데 투수진은 4.15의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전체 6위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하지만 투수진 순수 역량으로는 상위권이었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은 3.98로 KT(3.80), LG(3.96)에 이어 3위였다. 팀 탈삼진도 1070개로 리그 2위였다. 여러모로 투수진 자체의 역량과 잠재력은 뛰어난 편이다.
이 투수진의 역량을 하나로 엮어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자신감도 있고 근거도 충분하다. 변수를 어떻게 잘 통제하고 또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롯데 마운드의 향후 관건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투수진 엔트리 13~14명의 엔트리 가운데 10명은 사실상 못을 박았다. 찰리 반즈와 애런 윌커슨 원투펀치에 박세웅과 나균안의 4선발까지는 확정. 5선발은 이인복으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이인복은 한현희와 경쟁 체제에서 우위를 점했다. 불펜진은 마무리 김원중을 필두로 셋업맨 역할을 해줄 구승민 김상수 최준용 박진형으로 세팅을 했다. 여기에 진해수 임준섭 김진욱 등 좌완 투수 경쟁에서 살아남을 2자리, 롱릴리프 역할을 해줄 선수 정도가 경쟁 구도다.
그런데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변수가 터졌다. 부상은 그래도 예측 가능한 범주의 변수인데, 개인 사생활 문제에서 리스크가 발생했다. 4선발로 내정된 나균안의 불륜 및 외도 논란이 스프링캠프 막판 롯데를 휘감았다.
나균안의 배우자는 지난달 27일, SNS 라이브방송에서 나균안의 외도 및 폭행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나균안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 외에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이후 법률대리인까지 선임해서 배우자의 폭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후 진실공방과 법정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롯데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마쳤다. 구단도 당장 범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나균안의 상황을 지켜봤고 스프링캠프를 함께 완주했다.
그러나 현장 입장에서는 나균안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이상, 이 리스크와 변수를 항상 생각하고 구상을 할 수밖에 없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지난 5일,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주형광 투수코치는 “투수코치 입장에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라면서 나균안 논란이 더 이상 확장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면서 “보통 선발투수는 6~7명은 준비를 시켜 놓는다. 시즌에 들어갈 때 딱 5명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2~3명 정도는 언제나 생각을 하고 있다. 심재민이나 이민석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선발투수로 역할을 해줄 투수들이다. 다른 코치들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이들은 5월쯤이면 준비가 될 것 같은데 (다른 투수를) 빨리 찾는 일이 없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주 코치는 롯데 마운드 체질이 달라졌다고 강조한다. 2019년 시즌이 끝나고 롯데를 떠나 고려대학교, 양정초등학교 등에서 지도자를 이어갔던 주 코치는 5년 만에 돌아왔다. 5년 만에 롯데 마운드는 환골탈태했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없지 않다는 것을 강조했다.
주형광 코치는 “핑계가 될 수도 있지만 2019년에는 선수 구성이 이렇게 좋지는 않았다. 1군에 등록된 투수들이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못던지고 이런 것으로 판단하면 안되는 것인데 당시에는 어려움이 있었다”라면서 “이제는 모두 어느정도 수준이 올라와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맘 때면 엔트리에서 빠질 투수가 1~2명 나오는데 올해는 솔직히 지금까지 그런 생각이 드는 투수가 없다”라고 스프링캠프 투수진의 성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기존에 구상했던 선수들 외에도 이번 마무리캠프 기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이 있다. 파이어볼러 유망주이지만 아직 알을 깨지 못한 최이준이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수 부문 MVP에 선정됐다.
아울러 신인 전미르 역시 투타겸업의 미련을 버리고 투수에만 집중하자 괄목한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마운드에서 싸울 수 있는 무기와 마인드가 충분하다며 칭찬이 자자하다. 여기에 지난해 깜짝 등장했던 사이드암 우강훈도 준수한 모습으로 1군 엔트리를 고민케 하고 있다.
그리고 주 코치가 언급한 심재민과 이민석, 그리고 진승현까지 5~6월 이후 마운드로 돌아올 수 있다. 심재민과 진승현은 어깨 부상으로 국내에서 통증을 다스리고 재활을 진행하고 있다. 심재민은 당초 가장 유력한 5선발 자원으로 꼽혔지만 어깨 통증으로 스프링캠프 합류가 불발됐다.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상적으로 돌아온다면 충분히 역할을 해줄 수 있다.
2022년에 1차 지명을 받은 강속구 유망주 이민석도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실전 피칭에 돌입하고 4월부터 본격 궤도에 돌입한다. 데뷔 이후 불펜 자원으로 커리어를 쌓았지만 현장에서는 선발 자원으로 육성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선발 투수로 차근차근 빌드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나균안 논란’으로 한바탕 휘몰아쳤던 롯데다. 하지만 나균안이 불러올 외풍과 논란으로 흔들릴 마운드가 아니라는 것을 롯데는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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