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과 클린스만이 직장인이었다면…

백승현 2024. 3.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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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상민 변호사의 '스토리 노동법'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024년 아시안컵 축구대회가 끝난 후 탁구로 더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하극상 논란이다. 지난달 초 요르단과의 4강전을 앞둔 저녁, 식사를 먼저 마친 이강인과 또래 선수들이 탁구를 치러 가자 손흥민 등 고참 선수들이 한소리를 하였고, 이에 이강인과 또래 선수들이 대들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하극상 논란이 보도된 후 '콩가루' 대표팀에 대한 비난과 함께 하극상이냐, 선배들의 꼰대문화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팀웍을 강조했던 히딩크 감독이 소환되었는가 하면, 왕년에 당돌함으로는 단연 최고였던 선수까지 '라떼'를 언급하며 논란에 가세하면서 대표팀의 위계질서와 팀웍이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이강인, 손흥민, 클린스만이 직장인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사내질서와 복무규율은 회사가 취업규칙 등 사규를 통하여 재량으로 정하는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통상의 경우를 가정해 살펴본다.

먼저 이강인이다. 저녁식사 시간의 의미에 따라 행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54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8시간 이상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중에 주어야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회사에서 점심시간 1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편 판례에 따르면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고, 이름만 휴식시간일 뿐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고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이라는 입장이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3다60807 판결). 즉 휴게시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방해 받아서는 안되고, 만약 명목으로 부여된 식사시간에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그 시간은 근로시간이 되고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 된다.

만약 탁구를 치러 간 시간이 통상의 식사시간으로 법상 휴게시간에 해당한다면 탁구를 치는 것은 문제되지 않고, 이를 문제삼은 손흥민 등 고참들의 행동이 문제되거나 아니면 법상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별도의 휴게시간이 부여되어 있고 식사시간이 팀웍을 다지는 시간으로 업무상 필요한 시간이라면 해당 시간에 탁구를 하러 가는 등 그 동안의 관행이나 문화에 반하는 개인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당한 선배의 지적에 대하여 대드는 행동은 위계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충분히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직장에는 상하간의 위계질서가 있고, 일상생활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면서 구성원들이 업무적으로 상호 의존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규율의 준수가 필요하다.

다음 손흥민이다. 역시 저녁식사 시간의 의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이강인과는 반대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대표팀은 저녁식사를 팀웍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설명이 맞다면 저녁식사 시간은 휴게시간으로 보기 어렵고, 직장 상사로서 탁구를 하는 개인행동을 지적하는 것은 정당한 상사의 지시이고 문제될 것이 없다.

반면에 저녁식사 시간이 자유로운 활용이 보장된 휴게시간이라면, 그 활용을 제약하는 손흥민의 지적은 정당한 상사의 지시라고 보기 어렵거나, 해당 시간은 근로시간이 되고 경우에 따라 추후 별도의 휴게시간을 부여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하여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손흥민은 직장 선배로서 지위의 우위가 인정되고, 자유로운 휴게시간 활용을 제한하였으며, 언론보도를 보면 이강인이 크게 분노한 것으로 보아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손흥민의 지적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할 수 있다.

그럼 '미소천사' 클린스만은 어떨까. 클린스만은 관리자로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리자의 책임은 △부하직원의 비위행위가 발생한 것을 방지하지 못하였거나 방조하였다고 평가되는 것에 따른 책임 △본연의 업무인 관리감독 자체를 소홀히 한 것에 따른 (직접적) 책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사건에서 클린스만에게 이강인 또는 손흥민의 비위행위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묻기는 어렵고 평소 선수단 관리 및 팀웍 유지라는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하여 내분 사태를 야기한 데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클린스만은 관리자로서 △조직 내 내분 또는 틱웍 문제를 확인하여 이를 해결하지 못한 것 △탁구를 둘러싼 선수들 간의 직접적인 충돌을 목격하고도 방관한 것 △적어도 충돌 문제가 있었다면 다음 날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출전 선수 조정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기전략을 세웠어야 함에도 무전략으로 일관하여 요르단 전에서 유효슈팅을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고 참패한 것이 관리자로서의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여 모두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판례에 따르면,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는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직무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되는데, 국가를 대표하는 축구팀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를 비롯하여 역대급 스쿼드로 평가받는 팀을 맡은 상황, 전술 전략은 물론 팀웍을 다져 최상의 결과를 내야 하는 감독으로서의 지위, 선수들간 내분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팀웍과 경기력의 저하, 64년만의 아시안컵 우승도전 실패 및 한국축구 경기력의 퇴보, 경기 결과에 대하여 반성은 없고 선수탓만 하여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그와 관련한 책임을 방기한 클린스만은 해고도 가능한 정도의 비위행위를 범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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