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헉! 발 시려"… 20대 기자 마음 몰라주는 어르신들

문희인 기자 2024. 3. 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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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황톳길 맨발 걷기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안산황톳길에서 사람들이 비닐하우스 속을 오르는 모습. /사진=문희인 기자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이게 만병통치약이여."

지난달 26일 오후 1시30분 서울 서대문구 안산황톳길. 맨발 걷기를 마치고 세족장으로 향하는 60대 함모씨(남)를 만났다. 함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6개월 넘게 황톳길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자동차 정비 일을 하다가 다쳐서 허리 디스크를 수십년 앓았는데 맨발 걷기를 한 후 통증도 나아졌고 하루하루가 개운하다"며 "지금은 황톳길을 매일 2~3시간씩 걷는다"고 전했다.

최근 중장년층 사이에서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그중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황톳길이다. 이른바 '맨발 걷기족'은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전자기파)이 세포의 생리작용을 활발히 하고 몸속의 독성을 제거해준다며 각 지역의 황톳길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이날 방문한 안산황톳길에서는 맨발 걷기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곳은 평일 오후임에도 기자가 머문 두 시간 동안 50대부터 70대까지 70명이 넘는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550m로 조성된 안산황톳길은 지난해 12월 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가 설치됐다. 방문객들은 등산복과 장비를 갖추고 산이 아닌 비닐하우스 속을 맨발로 올랐다.



추위에도 끄떡없는 맨발 걷기… "몸과 마음으로 느껴야"


맨발 걷기 운동을 즐기는 이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은 안산황톳길의 황토 족탕. /사진=문희인 기자
기자도 맨발 걷기의 효능을 느껴보기 위해 신발과 양말을 벗고 황톳길 바닥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아직 겨울이 가시지 않은 쌀쌀한 날씨 탓에 황톳길이 굳어 아쉬웠다. 시원한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니 발바닥 모든 부위에 자극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군데군데 끈적한 황토 점토와 작은 모래알이 느껴지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8분 후 황토 족탕을 발견했다. 진정한 황토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마련된 곳이다. 사람들은 족탕에서 발을 담근 채 제자리걸음을 하며 황토에 발을 맡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발을 넣자 마치 갯벌 체험을 하듯 미끄러운 황토가 기자의 발을 감쌌다. 자칫 균형을 잃어 넘어질 뻔한 방문객도 있었다.

족탕에 발을 넣은 후 기자는 곧바로 후회했다. 황토 족탕이 비닐하우스 바깥쪽에 마련돼 찬 겨울바람에 노출된 황토를 맨발로 딛고 서있자 온몸이 시리기 시작했다. 일부 방문객은 불과 몇분을 버티지 못하고 손사래를 치며 빠져나가기도 했다.

반면 족탕에서 요지부동의 자세로 편안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있었다. 한 무리에게 발이 시리지 않는지 묻자 "시려도 참아야지" "발이 시리면 안 되고 몸과 마음으로 느껴야 해" "이게 힐링이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추위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발바닥으로 황토를 느끼고 몸과 마음의 피로를 없애는 것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생로병사의 비밀' 방영 이후 관심 높아져… 지자체도 '주목'


맨발 걷기 운동은 지난해 여름 KBS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이 방영되면서 빠르게 관심도가 높아졌다. 사진은 황토 족탕에서 사람들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모습. /사진=문희인 기자
맨발 걷기 운동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시초는 대전 계족산 황톳길이다. 지난 2006년 지역 주류업체인 맥키스 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은 맨발로 산길을 걸은 후 발바닥 자극에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 이를 공유하기 위해 대전 계족산에 무려 14㎞가 넘는 맨발로를 조성했다. 계족산 맨발로는 현재 매년 관광객 100만명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이후 KBS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 맨발 걷기가 소개되며 관심이 커졌다.

맨발 걷기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 지난해 7월 맨발 걷기 시민단체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원 16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1.8%(690명)가 3개월도 되지 않아 질병과 통증이 나았다고 답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국내 최대 맨발 걷기 시민단체로 네이버 카페 회원 수만 3만명이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맨발 걷기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하자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황톳길 조성에 발 벗고 나섰다. 서울 구로구는 올 상반기 중 황톳길 3곳 조성을 약속했고 동작구는 6곳을 선보일 예정이다. 맨발 걷기 원조인 대전은 보행로 6곳 추가 조성을 추진한다. 이밖에 경기 용인, 강원 속초, 경남 창원, 경북 김천 등 전국 지자체들이 황톳길 맨발 걷기에 주목하고 있다.



당뇨에 최적화된 맨발 걷기… 겨울철 동상 주의해야


한의학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혈액 순환과 하체 근육 발달에 큰 도움이 되면서 당뇨 환자에게 최적화된 운동이다. 다만 자신의 신체와 발바닥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안산황톳길 임시세족장. /사진=문희인 기자
맨발 걷기 이후 각종 암, 무릎 통증, 저혈압 등 질병으로부터 해방됐다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맨발 걷기 효과의 과학적·의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날 임시 세족장에서 만난 50대 김모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일을 쉬었더니 아들이 맨발 걷기 운동을 추천했다"며 "한 달 동안 맨발 걷기를 하면서 여기저기 다녔는데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발바닥에 상처만 계속 생겨서 이게 정말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맨발 걷기를 하려면 먼저 자신의 신체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발바닥에 염증 혹은 상처가 있을 경우 맨발 걷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제자리에서 걷거나 평지에서 하루 5~10분씩 예열 단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면역력이 떨어져 처음부터 1~2시간 넘게 무리한 운동을 이어가면 동상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혜민 한의사는 "빠르게 걷기보다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발을 신고 걷는 것과 자세, 행동 등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며 "전방 주시를 통해 내가 발 디딜 곳을 미리 확인하면서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한의사는 맨발 걷기가 당뇨 환자들에게 최적화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당뇨 환자에게 맨발 걷기 운동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는 "맨발로 땅을 디딜 경우 발바닥 지압 효과와 접지 효과 등이 나타나면서 혈액 순환에 도움이 되고 하체 근육이 빠르게 발달한다"며 "수면 활동에도 큰 도움이 돼 맨발 걷기 여부에 따라 환자의 호전 속도에도 월등히 차이가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인 기자 acn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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