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신 짓밟는 이재명의 종북 야합[이미숙의 시론]

2024. 3. 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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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탈독재 한국서 희망 본 나발니
민주주의 신념 지킨 DJ와 닮아
진보당 국회 진출 숙주 노릇 李
민주질서 파괴세력 방조 행위
‘극단정당’해산론 나온 獨처럼
유권자가 종북 세력 저지해야

시베리아 감옥에서 의문사한 러시아 반정부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47)가 생전에 지인들과 나눈 서신에서 보여준 민주주의를 향한 불굴의 신념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그는 지난해 9월 언론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과 대만이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룰 수 있었다면 러시아 역시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희망을 갖자. 나는 그렇게 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확신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민주당 인사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를 무시하면 안 된다”고도 썼다.

절박한 상황에서 나발니가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은 1980년대 김대중(DJ)을 연상시킨다. DJ는 전두환 정권 때 내란음모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최후진술에서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감옥에서도 “내가 죽더라도 반드시 민주주의는 돌아온다”는 신념을 견지하며 책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에 나오는 대목이다. 나발니가 러시아의 혹독한 수감 생활을 우주여행에 비유하며 여유를 보인 것이나 로버트 케네디 회고록 등을 읽으며 미래를 준비한 것도 DJ와 닮았다.

총선을 30여 일 앞두고 종북 세력의 국회 진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종북·반미·괴담 세력에 비례대표 위성정당 앞순위 10자리를 배정키로 한 데 이어 진보당과 전국적으로 선거연합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범민련 인사 등에게 의원 배지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진보당원들이 출마 포기 대가로 국회 보좌관 등 요직을 차지할 길도 열어준 셈이다. 진보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정당”이라며 해산 결정을 내린 통합진보당 계열이다. 동일 세력이 당명만 바꾼 격이다.

김정은이 대한민국을 교전 상태의 주적으로 규정한 상황에서도 반제국주의·자주 등의 교묘한 논리로 사실상 북한을 받드는 통진당 출신들의 입법부 진출을 묵인한다면 자유민주주의는 위협을 받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 진출 길을 터주는 한총련·통진당 출신들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을 외쳐온 북한 추종자들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정부 때 전대협 출신 반자유주의자들(illiberal liberal)이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짓밟으며 목적을 관철해온 것보다 훨씬 악성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란 극단주의 정당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정당해산론까지 제기된다. AfD 소속 정치인들이 네오나치 활동가들과 손잡고 이민자들을 경제 악화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20%가 넘는 정당이라도 자유민주주의의 대의에 반대하며 아돌프 히틀러식 극단주의를 선동한다면 해산 조치를 동원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독일에선 나치 후신 정당인 사회주의국가당과 공산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바 있다.

박근혜 정부가 그나마 잘한 일은 통진당 해산 결정이다. 그 당 출신 인사들의 국회 진출은 막아야 한다. 이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면 1987년 이후 진전돼온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끝내 종북 세력의 숙주 노릇을 고수한다면 DJ 정신에 대한 정면 부정이고 그런 정당은 더 이상 민주 정당도 아니다. 4·10 총선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30년 전 아시아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할지에 관한 ‘김대중-리콴유(李光耀) 논쟁’이 벌어졌을 때 의회주의자 DJ는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그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나발니가 한국과 같은 민주화를 강조한 것은 민주주의가 제한된 경제성장의 길을 간 싱가포르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성장이 함께 가는 한국을 모델로 삼겠다는 뜻이다. 지난 1일 나발니 장례식 때 수천 명의 추모객은 “러시아는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나발니 메시지를 외쳤다. 러시아인들은 한국을 바라보며 독재를 넘어서려는 결의를 다지는데, 우리의 땀과 눈물과 희생으로 이뤄진 민주주의를 북한 추종 세력의 먹잇감이 되게 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행위다.

이미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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