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로 음악 듣기[유희경의 시:선(詩:選)]

2024. 3. 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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턴테이블을 선물 받았다.

LP에는 음악이 몇 곡 담기지 않기 때문이란다.

음악에 빠져들게 될 때쯤 음반 위에 놓여 있던 암(arm)은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곤 했다.

요즘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평생을 들어도 다 듣지 못할 만큼의 음악들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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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가 돌아가는 동안/ 아무도 아닌 그림자가 곁에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축음기 바깥에서 먼지 같은 것들이 진동하는 동안 차 한 잔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적당히 주어지지 못했음을 깨달았습니다’

- 구현우 ‘레코드가 돌아가는 동안’(시집 ‘버리기 전에 잃어버리는’)

턴테이블을 선물 받았다. 생애 첫 턴테이블이다. 어릴 적 집에 있기는 했는데, 감히 작동해보진 못했다. 전축이 귀한 재산 중 하나이기도 했던 시절이었으니 그럴 만했다. 가족들이 직장으로 학교로 가고 나면 혼자 남은 어머니는 전축을 들었을까. 그런 상상은 좀 따뜻하다.

친구에게 자랑했다. 그는 “좀 귀찮을 거야” 하면서 웃었다. LP에는 음악이 몇 곡 담기지 않기 때문이란다. 들을 만하면 판을 뒤집어야 하고 갈아야 하는 통에 여간 번거롭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랬다. 음악에 빠져들게 될 때쯤 음반 위에 놓여 있던 암(arm)은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곤 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시작과 끝이 턴테이블에는 남아 있다. 요즘 사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평생을 들어도 다 듣지 못할 만큼의 음악들이 들어 있다. 한 번 재생해놓으면 유사한 음악을 스스로 골라 끝없이 들려준다. 그러다 보니 무슨 음악을 듣고 있는지도 모를 때가 많다. 이 낡은 방식에는 손이 참 많이 가지만, 한 곡 한 곡 확인하며 듣는 즐거움이 있다. 시작의 설렘이 있고 끝의 여운이 있다. 판을 교체할 때마다 내가 누구의 어떤 음악을 듣고 있는지 확인한다니, 이 얼마나 적극적인 몰입인가.

무제한, 무한정 서비스들은 빠르고 편리하지만, 무언가 결여돼 있다. 나는 그것이 능동성이 유발하는 매력과 나머지를 스스로 채우는 노력이 주는 즐거움같은 것이라고 확신한다. 삶은 정말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새삼 생각이 많아졌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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