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證 밸류업 감시할 것···재무 개선해 저PBR 해소해야"

윤경환 기자 2024. 3. 6.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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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개미 추천 사외이사 강형구 교수 인터뷰
15일 주총 선임 추진···"회사 힘든데 대주주 이득"
"김기수와 인연 없어··· 소액주주 이익 보호 중점"
"이병철 회장, 유증 직접 참여해 기업가치 올려야"
"기관 스튜어드십코드 지키면 표 대결 승산 충분"
[서울경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고 주주와 소통이 부족한 다올투자증권(030210)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대상으로 딱 맞는 회사라고 봅니다. 회사는 어려운데 이병철 회장만 업계 최고 수준의 급여를 받고 현금 배당까지 누리면 시장에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가 되면 경영진을 견제하고 소액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5일 서울 도곡동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 취재진과 만난 강형구(사진)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오는 15일 열리는 다올투자증권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 후보자로서 이 같이 포부를 밝혔다. 강 교수는 이른바 ‘슈퍼개미’로 불리는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가 권고적 주주 제안으로 회사 측에 제시한 사외이사 후보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강 교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엑센츄어에서 컨설턴트를, 대형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에서 계량 전략가로 각각 활약한 경험이 있는 금융투자 전문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도이치증권 사외이사를 맡았고 2021년부터는 코스닥 상장사 큐알티(405100)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 교수는 “경영진에 대한 감시, 주주 친화 정책 제고, 위기 관리, 신사업 기회 창출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전체 이사회 구성원 9명 가운데 1명이 되더라도 학술적이고 전문적인 논리로 맞서면 영향력을 크게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강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크게 확대되는 행동주의 펀드 활동에 대한 대표적인 옹호론자이기도 하다.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김 대표 개인이 행동주의 펀드는 아니지만 주주가 자신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경영진에게 목소리를 내는 일은 당연하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강 교수는 김 대표와 인연도 없을뿐더러 사외이사 추천을 수락하는 과정에서 직접 접촉한 적도 없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앞서 이달 초 강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 외에도 ▲최대주주 참여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실적 개선(순자본비율 450%, 영업순수익 점유율 1%,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때까지 최대주주와 2대 주주 배당 제외 ▲이 회장 퇴직금 지급률 축소(4배→3배) ▲이사 임기 단축(3년→1년)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 보수한도 축소 등을 주총 안건으로 올려줄 것을 회사 측에 요청한 바 있다.

강 교수는 “행동주의는 패시브(지수 추종) 투자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하는 현대 글로벌 자본시장에 반드시 있어야 할 전략”이라며 “다올투자증권은 회사 건전성 지표가 나빠진 상태라 추가적인 채권 발행이나 금융 대출을 추진할 수도 없어 유상증자와 같은 투자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를 하면 주가 하락이 우려되지만 다올투자증권의 경우 최대주주인 이 회장과 능력 있는 제3자가 참여하면 기업 가치가 외려 더 크게 올라갈 것”이라며 “회사가 미래를 축소하는 다른 방향으로 재무 개선을 꾀하면 수익 구조가 한쪽으로 더 치우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를 추천한 김 대표는 지난해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직후 다올투자증권 주가 급락을 틈타 2대 주주가 된 인물이다. 김 대표 측과 이 회장 측의 현 지분율은 각각 14.34%, 25.20%로 시장에서는 양측이 경영권 분쟁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김 대표가 법원 소송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관련 투자 의사결정 단계의 대출·지급보증 관련 서류 △부동산 PF 관련 차환 실패 대출채권·사모사채 관련 서류 △부동산 PF 위험 관리 실패에 대한 전체 이사회 의사록 △접대·복리후생비 사용 관련 서류 등 일부 회계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도 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특히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 문제로 607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김 대표 측에 공격의 빌미를 줬다. 이 증권사는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하다가 전 분기에 간신히 흑자로 전환했다. 만약 강 교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김 대표 요구와 달리 주총에서 가장 마지막에 상정돼 이사회 구성원이 다올투자증권 측 인사로 전원 채워지면 이에 대한 표결은 진행되지 않는다.

강 교수는 “기관투자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책임 있는 기관 투자의 원칙)를 지키면 (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며 “개인 주주들도 표 대결이 아니라 회사 입장을 생각해 표를 몰아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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