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비교공시와 투자자 신뢰

2024. 3. 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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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회사에서 그 이전에 적용한 낮은 이자율 문제가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증권사도 예외가 아니어서 회사내에 보유 중인 투자자 자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너무 낮다는 불만이 커지자 금융감독 당국은 지난해 10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준’을 제정하는 등 투자자 예탁금 적용 이율이 시장 상황에 맞게 운용되도록 발빠르게 제도를 정비하였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올해 1월에 지난해 4분기 기준 증권사별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뿐만 아니라, 기준일자별로 위탁자 예수금, 장내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집합투자증권 투자자 예수금과 지급기준 등도 각각 공시했다. 그 결과 최근 대형 증권사를 선두로 중소형 증권사까지 예탁금 이용료율을 인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등 금융당국의 내심에 호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투자자예탁금이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거래할 때 투자자가 증권사에 잠시 맡겨 둔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금융투자업규정 제4-46조에서 ‘금융투자업자는 협회가 정하는 투자자예탁금 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에 따라 투자자에게 투자자예탁금의 이용대가를 지급하여야 한다. 이 경우 투자자예탁금 이용료는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데 따른 것이다.

그간 증권사는 보관중인 예탁금의 운용수익과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여 투자자에게 예탁금이용료라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지급해 왔는데, 재작년 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 증권사가 지급한 예탁금이용료 이자율이 1%대라는 소식도 세간의 큰 관심을 끌 만큼 투자자들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어 갔던 것이다.

예탁금이용료는 금융투자협회가 정한 산정기준이나 비용 예시 항목 등을 토대로 각 증권사가 자체 수익 및 비용을 감안, 사실상 업계가 자율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금융선진국들의 사례에서도 예탁금 보호관련 규제 테두리 안에서 예탁금이용료율은 증권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34년 증권거래법’에서 ‘고객예탁금(Free Credit Balance)’을 ‘향후 증권매입을 위한 자금, 배당 및 이자 등 고객 증권계좌에 예탁된 금전으로 고객의 요구 시 즉시 현금으로 지불되어야 하며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부담하는 일종의 부채’라고 정의하면서, 모든 증권사는 1개 이상의 은행에 일반계정과 구별되는 특별계정을 만들어 고객예탁금을 예치토록 하고 있다. 이용료 관련 사항은 별도로 정한 바가 없어 이용료의 지급 및 적용 이자율 등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 핸드북인 Client Assets Sourcebook에서 고객예탁금(Client Money)을 ‘증권사가 고객을 대신하여 보관하는 금전’으로 정의하면서 증권사는 고객예탁금의 부실 관리나 오용을 방지해야 하며 별도 계정으로 구별토록 하고 있으며, 예탁금이용료에 대해서는 별도로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는 한 고객예탁금 이자를 고객에게 지불토록 하고 있으나, 고객에게 이자의 일부나 전부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

예탁금이용료와 관련한 해외사례나 오랜 업무 관행에도 불구하고 그간 금융감독당국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회사별로 비교 공시토록 한 것은 투자자들의 선택권 확대나 자본시장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는 조치였다고 평가하고 싶다.

다시 말해, 예탁금이용료과 관련하여 직·간접비 구분이나 비용 배분방식 명확화, 매분기 1회 이상 산정기준 정비, 내부심사위원회 심사 등 내부통제절차 마련, 예탁금 종류·금액·기간별 이용료율 공시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건전한 경쟁 풍토가 조성될 것이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예탁금 종류별, 금액별로 세분화하여 예탁금이용료율뿐만 아니라 이용료율 변동추이, 운용수익률 및 운용수익률·이용료율간 차이 등을 증권사별로 비교하여 확인할 수 있으니 종전보다 정확한 정보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겠다.

총평을 하자면, 이 모든 과정이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투자협회 그리고 증권사들이 제도개선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노력하여 이룬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모처럼 마련된 제도가 안착될 때까지 금융감독당국과 업계가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 변동 및 공시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범규준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비해 나가는 등 관심의 끈을 놓아서는 안될 것이며, 이러한 노력이 당초 계획대로 잘만 운용된다면, 투자자의 신뢰 강화로 이어져 우리 자본시장이 한 단계 더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moo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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