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홍콩 ELS 사태 재발 방지 핵심은 금융교육
“은행원이 추천하기에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돈을 넣었습니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한 고객의 하소연이다. 홍콩H지수 ELS는 올해 2월 말까지 확정 손실률 53.1%로 반토막이 났다. 홍콩 ELS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금융 이해력 부족이다. “예금보다 금리를 더 준다고 해서 상품에 가입했다”는 한 가입자의 말처럼 고위험 상품에 돈을 넣으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국민 대부분이 저축과 대출 등 금융생활을 하고 있지만, 금융에 대한 이해력은 높지 않다. 금융 이해력은 금융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건전한 금융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금융지식, 금융행동, 금융태도 등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뜻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2022년 기준 66.5점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소 목표 점수로 제시한 70점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실시한 경제 이해력 조사에서도 평균 점수는 58.7점에 그쳤다. 특히 기준금리 파급효과, 정기예금 등 금융 관련 부문에 대한 이해력 점수는 30점대로 떨어졌다.
금융 이해력의 부족은 단순히 개인의 자산 운용·관리 등에 차질을 빚는 정도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대규모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부동산·증권시장이 과열된 시기에 2030세대가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금융 이해력이 부족한 청년들은 빚을 내서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자산 형성에만 몰두했다. 결국 이들은 금리가 인상되면서 대출 이자를 내기도 부담스러운 지경이 됐다. 빚을 갚지 못하는 청년도 속출하면서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증가했다. 또, 노년층 역시 낮은 금융 이해력 탓에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 이해력 부족에 따른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질수록 금융 소비자는 금융 거래를 통해 자산을 형성할 수 있고, 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영끌, 빚투가 익숙한 표현이 됐으며, FOMO(타인의 투자성공에 뒤처지지 않으려 성급히 투자하는 심리) 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는 등 금융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연해 있다”며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금융교육을 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 과정 탓에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교육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경제·금융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년층과 중장년층,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교육도 아쉬운 상황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국민의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학교 졸업 조건으로 ‘금융과목 수강’을 내걸고 있다. 영국 역시 2030년까지 200만명 이상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의미 있는 금융교육’을 받도록 교육 체계를 개선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벨기에는 위험성이 높은 구조화 상품에 투자할 경우 일정 수준의 금융 이해력을 요구하면서 성인들도 금융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금융 이해력이 낮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금융 시장이 복잡해지고 있어 앞으로 잘못된 금융 거래나 투자 행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의 지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미 금융교육의 부재에 따른 부작용은 수도 없이 체감했다. 더는 금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된다. 금융 당국은 금융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사회적 비용이 더 늘어나기 전에 금융 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금융교육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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