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폭 행보' 빅플래닛메이드, K-팝 시장 '게임체인저' 될까?

아이즈 ize 윤지훈(칼럼니스트) 2024. 3. 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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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지훈(칼럼니스트)

사진=빅플래닛메이드 

K-팝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SM-JYP-YG로 대표되던 '3대 기획사' 시절은 저물었다. 그룹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하이브가 리딩기업으로 급부상했고 SM은 '이수만 시대'를 마무리하고 카카오의 품에 안겼다. YG는 블랙핑크 이후 시대를 아직 준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K-팝 시장은 더 확장됐고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각축전은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몰리고, 글로벌 영향력은 강화됐으며 숱한 K-팝 그룹과 관련 지식재산권(IP)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가 곧 경쟁력'이라는 정설을 입증하듯,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슈퍼 IP 하나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즉, 누구나 강력한 IP를 구축하면 K-팝 시장을 거머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5일 의미심장한 보도가 나왔다. SM을 상징하는 그룹 샤이니의 핵심 멤버 중인 태민이 3월 계약이 종료된다는 소식이었다. 또한 SM 계열사인 SM C&C에 소속됐던 방송인 이수근 역시 둥지를 떠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이와 더불어 군웅할거하는 K-팝 시장 격변기에 새롭게 주목받는 기획사가 있다. 빅플래닛메이드(Big Planet Made)다. 공교롭게도 태민과 이수근 모두 이 회사로 이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SM도 빅플래닛메이드도 이를 인정한 적이 없다. SM과 아직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당연한 반응이다. 하지만 이 이적이 최종 성사되면 업계 판도는 또 한번 요동칠 공산이 크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빅플래닛메이드의 인적 구성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K-팝 그룹 혹은 솔로 가수들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김동준 SM C&C 전 대표와 KBS 출신으로 JTBC 스튜디오 대표를 역임한 김시규 프로듀서를 영입하며 콘텐츠 부문을 강화했다. 이는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빅플래닛메이드의 '헤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대주주는 차가원 회장으로 변경됐다. 차 회장은 SM이 보유했던 밀리언마켓 지분을 취득하며 빅플래닛메이드의 수장이 됐다. 

차가원 회장은 여러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건실한 건설사인 피아크 그룹의 회장이다. 이는 '자본력'에 대한 검증이 담보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K-팝 시장은 '머니 게임'이라 불린다. 콘텐츠 자체의 만듦새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시장에 알리는 과정에서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투입된다. 유수의 K-팝 기획사에서 만든 그룹의 경우 데뷔 앨범 마케팅 비용만 50억 원 넘게 투입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결국 무한경쟁시대에서 신인을 세계 시장에 알리기 위한 초기 자본 싸움이 성패를 좌우한다. 이런 측면에서 탄탄한 자본력을 가진 인물이 이 회사의 대주주로 나섰다는 것이 빅플래닛메이드의 성장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빅플래닛메이드는 지난 4일 음원유통사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카카오엔터가 계열사 및 자회사에 속하는 기획사와 그 외 기획사 간 유통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하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그 결과는 공정위가 판단한다. "증빙 자료를 제출했다"는 빅플래닛메이드의 주장대로 공정위가 정식 조사에 착수하고 이를 문제삼으면 멜론을 통해 음원을 유통하던 타 회사들도 크게 동요될 가능성이 높다. 

태민(왼쪽)과 이수근, 사진=스타뉴스DB

그동안 음원유통수수료에 대한 업계 불만은 적잖았다. 하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는 이들은 없었다. 일종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다. 각 회사의 수수료율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심증만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플래닛메이드는 이를 공개적으로 꼬집으며 공정위에 판단을 요청했다. 공정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K-팝 시장이 격변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여기에 빅플래닛메이드는 프로듀싱 전문 회사인 원헌드레드(ONE HUNDRED)를 설립했다. 원헌드레드는 차가원 회장과 가수 겸 작곡가 MC몽(신동현)이 공동 투자로 설립하고, 프로듀서 박장근(이단옆차기)이 총괄 프로듀서로서 진두지휘하는 글로벌 프로듀싱 회사다. '프로듀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신인 보이그룹과 걸그룹 론칭으로 귀결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즉, 슈퍼 IP를 배출하기 위한 프로듀싱 시스템, 이를 뒷받침하는 자본력이 맞물린 셈이다. 

K-팝은 '노래'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여기서 파생되는 숱한 콘텐츠들이 모여 단단한 팬덤을 구축하고, 아티스트와 팬덤이 하나로 연결되는 K-팝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형성한다. MC몽과 박장근을 중심으로 한 프로듀서 집단이 노래를 만든다면, 김동준 대표와 김시규 고문은 그 콘텐츠를 알리고 또 팬덤을 확장·결집시키기 위한 부가 콘텐츠 개발을 고민한다. 

K-팝 시장은 더 이상 '구멍가게'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가 움직이는 거대한 산업이 됐다. 중소 기획사가 대형 유통사로부터 선급금 형태로 자본을 만들어 그룹을 만드는 구조의 한계는 명확하다. 하이브가 탄생된 것도 같은 이유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빅히트, 세븐틴의 플레디스, 뉴진스의 어도어,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등이 하이브라는 이름 아래 묶인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원헌드레드는 전체 그룹의 모체가 된다. 여기에 빅플래닛메이드, 밀리언마켓이 포함되고, 아티스트들의 해외 활동을 위해 해외지사를 추가할 예정이다. 즉 대주주가 바뀌면서 조직 개편을 통해 체질 개선부터 마무리했다. 이제는 콘텐츠다. 새롭게 구비한 설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재료, 즉 콘텐츠로 영향력을 입증할 차례다. 빅플래닛메이드가 실제로 태민과 이수근 등을 영입하게 된다면, 이미 영입된 베테랑 크리에이터들이 그들을 활용한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대중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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