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집 막내아들(?)…‘제4인뱅’ 성공하려면 [홍길용의 화식열전]
자본·시스템·사업전략 갖춘다면
흑자전환·IPO 등 단기간에 가능
후보 3곳 은행참여·플랫폼 없어
서비스 차별화로 약점 보완해야
성공모델 이끌 인재확보가 관건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 탄생 여부에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해도 굳이 ‘넷째’가 필요한지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상장 직후 한때 대형은행까지 앞서던 카카오뱅크 시가총액도 바닥을 헤맬 정도였다. 분위기를 바꾼 것은 비대면 대환대출이다.
은행시스템의 핵심은 대출이다. 가계부채가 이미 크게 불어난 마당에 신생 은행이 신규대출 고객을 유치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규모로 성장하기 쉽지 않다. 기존 은행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비대면 대환대출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시중은행 대비 점포와 인건비 부담이 적은 인뱅은 그만큼 더 높은 예금이자와 더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할 수 있다. 각종 수수료도 훨씬 적게 받을 수 있다.
정부도 은행간 대출금리 경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것을 바란다. 지난해 신용대출에 이어 올해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도 비대면 갈아타기도 허용했다. 사실 대한민국 금융정책 최고전문가로 손꼽히는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의 작품이다. 인뱅과 핀테크 등 금융혁신 경험도 많은 그는 비대면 대환대출이 은행권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했고, 실제 그렇게 됐다. 권 처장이 현재 금융위의 모든 실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번 제4인뱅 인가에서도 역할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대환대출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중도상환수수료 부담도 낮아졌다. 정부는 이달부터 은행들 마음대로(?) 정하던 수수료율을 실비 범위 이내로 제한했다. 인뱅이 ‘메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서 ‘넷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 많은 경쟁은 더 큰 자극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기대다. 넷째가 존재 이유를 가지려면 단순히 한 곳이 더 늘어나는 차원을 넘어 형들과는 다른 파급력(impact)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경제규모를 생각하면 막내가 될 지도 모를 네번째 인뱅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현재 제4인뱅 인가를 받으려 나선 곳은 3개 컨소시엄이다. 먼저 ‘U뱅크 컨소시엄’은 현대해상 주도로 렌딧(개인신용 중금리대출 핀테크)·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운영 핀테크)·루닛(의료AI 기업)·트레블월렛(외환전문 핀테크) 등으로 구성됐다. U뱅크는 ‘초개인화 금융서비스'를 지향점으로 시니어·소상공인·중소기업·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포용금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해 7월 설립된 KCD뱅크는 핀테크 업체인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특화은행을 목표로 출범한 곳이다.
지난해 12월엔 소상공인과 소기업단체 35곳이 모여 만들어진 소소뱅크도 있다. 소소뱅크는 2019년에도 인터넷은행에 도전했지만 자본금 부족 등으로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세 곳의 후보 중 누가 금융위 인가를 받을 수 있을까? 국내에서 첫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받은 곳은 케이뱅크다. 케뱅 준비법인 대표와 케뱅 출범 후 사업총괄을 맡았던 안효조 전 대표에게 전망을 물었다. 안 전 대표는 ‘대한민국 인터넷은행 1호 사원’이다. 금융위 인가는 물론 업비트와의 제휴, 아파트담보대출 등 현재 케이뱅크가 성공한 사업모델을 수립하는 대부분의 과정에도 참여했다.
“정부에는 인가 근거를, 시장엔 믿고 봐야 할 이유를, 설립 주주에겐 성장과 수익을 안겨줘야 합니다. 은행은 자본으로 영업하죠. 충분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고 위기도 견뎌낼 안정적인 주주구성이 필요합니다. 기존 대형은행에서 외면받았던 이들에 대한 중금리 대출 제공과 안전하고 편리한 IT기술 등 사회적 편익도 중요하죠. 차별화된 사업전략은 인가 획득 전은 물론 이후에도 가장 큰 숙제입니다”
인터넷은행이지만 주주들이 자본금으로만 최소 1조원 이상을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적 시각이다. 은행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면서 영업을 해야하는 만큼 자본이 많을수록 더 많은 대출이 가능해진다. 대출이 늘수록 수익과 이익이 늘어난다.
비대면 대환대출로 단기에 자산을 키울 수 있지만 그만큼 충분한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뱅 1~3호 모두 자기자본이 1조5000억원을 넘으면서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일단 흑자가 나기시작하면 내부 유보로 자본을 늘릴 수도 있고 기업공개(IPO)로 시장에서 자본을 모을 수도 있다. 초기 자본이 많을수록 흑자 전환도 상장을 통한 재무구조의 선순환도 빨리 이뤄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앞선 1~3호도 모두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대형 시중은행이 주주로 참여했다. 이번 3곳의 후보 컨소시엄에는 은행이 없다. 은행이 없다면 적어도 은행 시스템을 잘 아는 경영진이라도 보유해야 한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탄탄한 영업기반이 필요하다. 업비트, 카카오플랫폼, 유니콘 스타트업 토스가 각각 이 역할을 맡았다. 그런데 이번 3개 후보군 가운데에는 충성도 높은 대중적 영업기반을 가진 곳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대형보험사인 현대해상이 눈길을 끌지만 2015년 인터파크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탈락했고, 2019년에는 토스뱅크컨소시엄에서 탈퇴하며 중도 하차했다. 직접 주도적으로 나선 것 외에 이전과 다른, 기존 1~3호와 눈에 띄게 차이가 나는 점은 발견하기 어렵다. 목표 고객은 제시했지만 접근방법은 안갯속이다.
국민 상당수가 이미 첫째부터 셋째가 제공한 서비스에 익숙한데 굳이 더 저렴하고 편하지도 않은 넷째를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1~3호 인뱅 모두 아직 기존 은행시스템을 모바일로 옮긴 수준을 넘어서는 비은행서비스에까지 능통한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는 하고 있지만 성공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 젊은 층만 겨냥한 점도 약점이다. 제4인뱅이 노릴 전략 포인트다.
은행의 3요소는 자본, 시스템, 사람이다.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수익률(ROE)는 10% 안팎이다. 연 10% 수익률이 확실하면 돈을 모으기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카카오나 토스처럼 플랫폼, 즉 기반 시스템이 막강하다면 사업모델이 아주 정교하지 않더라도 일단 영업에 성공할 확률은 높아진다. 돈도 부족하고 시스템도 약하다면 결국 사람으로 극복해야 한다. 선발 주자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동시에 주주들의 현재 사업과 시너지까지 발휘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 낼 전문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누가 대한민국 ‘막내’ 인뱅이 될 지는 어떤 후보가 가장 적합한 인재를 영입해 차별화된 전략을 만들어 낼 지를 두고 봐야할 듯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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