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계, ‘인류세’ 도입 거부… 전문가들 “이미 대세”

국제지질학연합(IUG) 위원회, 반대 66%로 인류세 부결

지난해 인류세워킹그룹(AWG)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크로포드 호수를 인류세의 대표 지질 장소로 선정했다./위키미디어, Whpq

국제지질학연합(IUG) 산하 제4기 층서 소위원회가 인류세(Anthropocene) 도입안을 6주 동안 논의한 끝에 반대 66%로 부결했다.

5일(현지 시각) CNN 방송은 지질학계가 인류세의 공식 도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인류세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바꾼 시기를 이르는 새 지질시대의 명칭이다. 2000년 인류세의 개념이 제안된 뒤 전 세계 전문가가 모인 인류세워킹그룹(AWG)이 해당 시기와 기준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AWG는 인류세를 대표할 지역으로 핵폭발로 날아온 플루토늄이나 방사성 탄소, 화석 연료가 타면서 나온 재가 나이테처럼 남은 캐나다의 크로포드 호수를 선정했다. 이후 인류세의 도입을 제안하는 문서를 작성해 지질학 위원회에 동의를 요청했다.

이에 IUG 산하 소위원회는 6주 동안 인류세 도입안을 논의한 뒤 투표에 올렸다. 인류세가 공식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6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했으나, 반대 66%로 부결됐다. 일부 기권 표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IUG 규정에 따라 인류세 추가 논의는 이어지지 않고 도입이 무산됐다. 인류세가 무산되면서 1만 1700년 전에 거대한 빙하가 후퇴하면서 시작된 홀로세가 이어지게 됐다.

이미 인류세 투표에 앞서 소위원회 논의에서 인류세 도입이 성급하다 의견이 나온 바 있다. 인류세의 시작점을 핵실험이 빈번했던 1950년대가 아닌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후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핵실험 같은 단기적 사건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래 이뤄지는 지질학적 사건이라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방사성 물질이나 광물 대량 채취 흔적, 화석연료 사용 흔적, 콘크리트와 같은 변화가 곳곳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소위원회 표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지질시대가 규정되든 말든 인류세는 이미 대세”라며 “학술지에서도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사람들 입에 붙었다”고 설명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