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에서 발견한 3억8000만년 전 성염색체

이병구 기자 2024. 3. 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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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형태의 성염색체를 문어에게서 발견했다.

3억8000만 년 전부터 문어의 성별을 결정해온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17번 염색체가 성염색체라는 가설을 세우고 문어의 유전자를 확인해 수컷은 ZZ, 암컷은 ZO인 ZZ/ZO 방식으로 성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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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두점문어(O. bimaculoides)는 17번 염색체가 2개면 수컷, 1개면 암컷이다. 위키미디어 제공

생물학자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형태의 성염색체를 문어에게서 발견했다. 3억8000만 년 전부터 문어의 성별을 결정해온 유전자를 찾아낸 것이다. 

앤드류 컨 미국 오레곤대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문어에게서 약 3억8000만 년 전부터 전해진 유전적 성 결정 방식의 증거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29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

동물의 성별은 다양한 방법으로 결정된다. 어류인 흰동가리 수컷은 나이가 들면서 암컷이 된다. 파충류인 바다거북과 악어는 알에서 부화할 때 주변 온도가 높으면 암컷, 낮으면 수컷으로 정해진다.

우리에게 친숙한 방식은 성염색체의 조합에 따라 성별이 나뉘는 유전적 성 결정 체계다. 예를 들어 사람과 초파리는 X 염색체가 2개면 여성, X와 Y 염색체가 각각 1개씩 있으면 남성이다.

해양 생물들에게는 더 다양한 형태의 성염색체 조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의 경우 어떻게 성별이 정해지는지 그동안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지난 2015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캘리포니아 두점문어(학명 O. bimaculoides)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 문어는 29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수컷은 17번 염색체가 2개였지만 암컷은 17번 염색체가 하나뿐이었다. 

연구팀은 17번 염색체가 성염색체라는 가설을 세우고 문어의 유전자를 확인해 수컷은 ZZ, 암컷은 ZO인 ZZ/ZO 방식으로 성별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O는 짝을 이루는 염색체가 없다는 뜻이다. 또 Z 염색체 안에서는 생식과 발생에 필수적인 일부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조사한 두족류의 분화 계보. 문어의 Z 염색체는 약 4억5000만 년에서 2억5000만 년 전 사이에 처음 등장했다. bioRxiv 제공

연구팀은 두점문어의 DNA 염기서열을 다른 두족류 동물과도 비교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조사한 다른 문어와 오징어에는 모두 Z 염색체가 존재했지만 약 4억 년 전 분화된 딱딱한 껍질을 가진 두족류인 노틸로이드에서는 Z 염색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컨 교수는 "문어의 Z 염색체는 4억5000만 년에서 2억5000만 년 전 사이에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고대의 성염색체"라고 설명했다. 나비를 포함한 일부 생물들도 ZZ/ZO 성 결정 방식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까지 가장 오래된 동물 성염색체는 약 1억8000만 년 전 철갑상어류에서 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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