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조국의 나란한 ‘투샷’에 李 지지자들 “대표가 안 만났으면 했는데…”

김동환 2024. 3. 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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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지난 5일 국회서 만나
“대표로 선출돼 인사드리러 왔다”는 조국…‘김건희씨를 법정으로’ 외치기도
이재명,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화답
이재명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만남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 등 반응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함께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외치며 나란히 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투샷’을 두고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 항소심 징역 2년 선고 후, 상고한 조 대표의 향후 대법원 판결이 이 대표와 민주당에 더 큰 부담을 지울 수 있다는 이유 등이다.

앞서 조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당 대표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 대표와의 만남 모두발언에서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캠페인에 조국혁신당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의지가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밝히고, ‘검찰독재 조기 종식’ ‘김건희씨를 법정으로’ ‘검사장을 직선으로’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처를 독립시키자’ 등을 외쳤다.

민주당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범(凡)민주진보진영 본진’으로 높게 평가한 조 대표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독재의 조기 종식에 앞장서서 싸우고, 총선에서 범민주진보진영 승리를 위해 연대하겠다”며 “선진복지 국가로 가는 비전과 정책을 깊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안과 계획을 제시하겠다”고 조국혁신당이 나아갈 방향을 언급했다.

조 대표가 보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는 대한민국의 질곡을 헤쳐 나가는 ‘동지’다. 민주당이 중원으로 나아간 사이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정부에 실망한 중도표와 ‘합리적인 보수표’를 끌어올 테니,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지역구 ‘1대1 맞대결’에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기원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대표 앞에서 외친 조 대표의 조국혁신당의 또 다른 역할은 ‘투표 독려 운동’이다. 조 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오는 국민들께서 (비례대표를 뽑는) 다른 한 표를 국민의힘에 주시겠나”라며 “(양당이) 연대하고 협력해야 우리는 4월 총선에서 윤석열의 강, 검찰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확신했다.

조 대표 모두발언에서는 “조국혁신당이 창당되고 제가 대표로 선출돼 인사를 드리러 왔다”던 대목도 주목됐다. 이전의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닌 이제는 한 당의 대표라는 점을 강력히 내세운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접견을 마친 후 당 대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늘 이재명 대표가 조국 대표를 안 만났으면 했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이 이유를 대며 조 대표와의 만남이 어렵다고 한 것과 달리, 같은 야권의 이 대표가 조 대표와의 자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을 거라는 댓글도 보였다.

조 대표와의 만남을 이 대표 지지자들이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건 민주당 표와의 연관성 때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과의 지지층을 사실상 공유하는 것으로 비치는 조국혁신당으로 인해 민주당 확장성이 줄어들 수 있고, 선거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항소심 과정에서 조 대표의 ‘내로남불’ 프레임에 발목 잡힐 수 있어 그의 출마가 역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던 민주당 인사들의 부정적 반응과도 궤를 같이 한다. 특히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가는 적절하지 않은 선택으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출마가 적절한가’라던 ‘친이재명계’ 김영진 의원의 지난해 라디오 인터뷰는 사실상 이 대표 ‘의중’이라는 해석까지 온라인에서 낳았다.

다만, 꽤 오래 조 대표와의 거리두기에 집중했던 민주당 지도부에 최근 미묘한 기류 변화가 인다는 분석도 있다. 조 대표와의 첫 만남에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는 이 대표의 메시지를 두고서다. 비례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이 이끄는 더불어민주연합이 고전하는데, 조국혁신당의 선전으로 민주당이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기도 하다.

민주당에서는 사회를 맡은 한민수 대변인과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와 함께 나섰고, 조국혁신당에서는 ‘1호 인재’로 영입돼 대변인이 된 신장식 변호사가 같이 등장해 양당의 1·2인자들 만남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비공개 면담으로의 전환에 앞서 “사진 한 번 찍고 나가죠”라며 조 대표 등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이 대표는 ‘박수 한 번 치자’며 현장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마무리했고, 출구로 향하려는 이 대표를 본 조 대표는 ‘먼저 나가십시오’라며 오른손으로 길을 텄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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