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보다 뜨겁다…튀르키예 주식시장에 무슨 일[딥다이브]
올해 들어 주가지수가 20% 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핫한 주식시장은 어디일까요. 아마 많은 분이 일본을 떠올릴 텐데요. 일본 말고 여기도 있습니다. 바로 튀르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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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보다 낫다? 튀르키예 기술주
‘엔비디아는 잊어라. 튀르키예 기술주는 두배로 올랐다.’
며칠 전 튀르키예 현지 언론의 기사 제목입니다. 튀르키예의 대표지수인 ‘보르사 이스탄불(BIST) 100’은 지난달 9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죠.
67% 초인플레이션과 주식 투자
일단 튀르키예 현지 투자자, 특히 개미들 입장에서 한번 볼까요. 튀르키예 개인투자자라면 주식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주식시장이 빠르게 우상향하며 260% 넘게 지수가 올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초인플레이션 탓에 아무 투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돈이 증발해 버릴 판이기 때문이죠.
기준금리 인상이 호재?
금리인상이 왜 튀르키예 증시에선 호재로 작용하는지를 알려면, 이 나라 통화정책 스토리를 좀 알아야 합니다. 지난 2년여간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갔는데요.
경제는 대혼란에 빠졌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튀르키예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에르도안 대통령은 놀랍게도 연임에 성공했죠. 그리고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곧바로 경제 정책을 유턴해버립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 CEO 출신인 하피제 게이 에르칸을 중앙은행 총재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죠. 에르칸 총재는 취임하자마자인 지난해 6월 8.5%인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며 ‘통화정책 정상화’를 전 세계에 알립니다.
그리고 연이어 기준금리를 팍팍 올리며 인플레이션 잡기에 나섰는데요. 그러자 해외 투자자들이 튀르키예를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①리라화 통화가치가 역사적으로 바닥인 데다(=앞으로 리라화 가치가 오를 가능성 큼), ②다른 신흥국 주식과 비교하면 아직 주가가 저렴하다(=12개월 선행 PER 신흥시장 평균 12배, 튀르키예 4배)는 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거죠. 게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드디어 각성해서 경제정책까지 멀쩡해졌으니? ‘이제는 좀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투자를 좀 해도 되겠네’라고 시각이 바뀝니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투자자의 튀르키예 주식 순매수 행렬이 시작됐고요. 올해 들어서도 두 달 동안 주식 1억154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그동안 증시에서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외국인 시총 보유 비중 2021년 말 40.5%→2023년 5월 27.4%→2023년 12월 38%).
외국인의 귀환은 당연히 증시엔 큰 호재인데요. A1캐피탈의 유제이어 도안 부사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장밋빛 전망을 내놓습니다. “BIST 지수가 과도하게 할인된 상태인데다, 환율 흐름이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 욕구를 불러일으키면서 주가 상승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최근의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상승세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1만 포인트가 심리적으로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첫 번째 목표라고 봅니다.”
개미들의 식지 않는 공모주 사랑
외국인 귀환 전까지 증시를 떠받쳐온 튀르키예 개미들의 투자 열기도 여전합니다. 튀르키예 중앙등록청이 최근 발표한 주식 투자자 수는 823만명(주식 잔고가 있는 사람 기준). 1년 전(425만명)과 비교하면 두배 수준입니다. 개인투자자 수는 지난해 말 살짝 줄어드는 듯하다 2월 들어 다시 크게 늘었는데요.
금리가 올랐다곤 하지만(주요 은행 예금금리는 42.5~47% 수준), 물가상승률(2월 67%)보단 아직 한참 낮죠. 그러니 여전히 주식이 매력적이고요.
무엇보다 개미들의 ‘공모주 대박’을 향한 기대감이 투자 열기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IPO 열광자들이 2월 들어 주식시장으로 돌아왔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인데요.
물론 이쯤 되니 걱정의 목소리도 이어집니다. 공모주를 노리는 개인들은 증권신고서조차 보지 않고 뭘 하는지도 모르는 기업에 투자하곤 하죠. 외국인 투자자가 주로 투자하는 지수에서 가중치가 높은 대형 우량주와는 거리가 먼데요. 현지 언론은 공모주 투자자가 “대부분 젊고 야심이 많은 소액 투자자들”이라며 이들에게 “게임하듯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참 익숙한 얘기입니다.
주가지수 1만 포인트 찍나
여기까지만 보면 튀르키예 주가지수가 2년 반 전 2000포인트에서 9000포인트까지 뛴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습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의 전망일 텐데요.
튀르키예의 투자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입니다. 올해 들어 지수가 워낙 빠르게 올라 일시적으론 차익 매도가 나올 순 있지만, 증시엔 호재가 남아있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①국가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CDS프리미엄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②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조만간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하죠. 이제 지수 1만 포인트를 볼 날이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갑니다.
하지만 주의할 부분도 있어 보입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던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달 초 돌연 사임했는데요. 그는 X(트위터)에 남긴 장문의 글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죠.
야당 말대로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다시 심상찮습니다. 슬금슬금 오르더니 어느새 다시 70%를 코앞에 뒀는데요. 새 중앙은행 총재인 파티 카라한은 현재 45%인 기준금리를 올해 “추가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죠. 인플레이션이 올 5월까지 72~73%까지 오르긴 하겠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해 연말이면 36%로 진정될 거라고 전망하는 겁니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 기준금리로 물가가 잡힐까요. 또 아무리 금리 올리면 뭐 하나요. 정부는 지난주 1700만명의 퇴직자에게 5000리라(약 21만원)의 현금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발표하며 예산을 펑펑 쓰고 있는데요. 마침 3월 말이 튀르키예 지방선거이거든요. 선거 앞두고 재정지출 수도꼭지가 열렸습니다.
“4~5월 인플레이션이 80% 넘게 상승하고, 연말에도 잘해야 60%”(시난 알신 키르클라넬리대 교수)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이제 나옵니다.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긴축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는데도 튀르키예 인플레이션 문제가 점점 더 악화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살아있다”(실바 바하르 바지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코멘트에도 귀 기울일 만합니다. 만약 튀르키예가 여기서 금리를 더 올린다면 그땐 증시에 호재일까요, 악재일까요. By.딥다이브
예금금리가 45%라기에 놀랐는데, 물가상승률이 67%라니. 튀르키예 주식 투자자들을 응원하게 됩니다. 예전 우리 동학개미 모습도 오버랩되네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튀르키예 주가지수가 올해 들어서만 20% 오르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2021년 말부터 시작된 랠리가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식 호황은 고물가에 습격당한 개미투자자들의 절박함 덕분이었습니다.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투자에 뛰어든 겁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투자자도 합세했습니다.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을 펼쳤던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연임 이후 경제정책의 정상화를 꾀하고 있는 덕분입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더 오를 거란 낙관론이 파다합니다. 하지만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튀르키예 경제와 금융시장 모두엔 큰 변수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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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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