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주주환원”… 10억 이하 자사주 매입하는 기업 급증
자사주 취득한 상장사도 2배 증가… “밸류업 정책 효과”
금액 적어도 일단 주가는 오르지만... 중장기 영향은 지켜봐야
최근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 수와 규모가 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등 주주환원 바람이 불면서 적은 금액이라도 자사주 매입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낸 기업 대부분은 주가가 우상향했다. 하지만 워낙 적은 금액이다 보니 효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매입 규모가 적은 만큼 향후 처분해도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두 달간 자사주 취득과 관련 신탁계약(연장 포함)을 체결한 상장사는 총 82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에서 40곳, 코스닥 시장에서 42곳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총규모는 2조3794억원에 달한다.
2021년 같은 기간엔 40개 상장사가 5511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에 그쳤다. 3년 만에 기업 수는 2배, 매입 규모는 4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매년 증가했다. 2022년 같은 기간 73개 상장사가 1조308억원, 지난해엔 58개 상장사가 1조8295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사들였다. 작년과 재작년 매입 규모는 각각 전년 대비 77.5%, 87.0%씩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30% 늘었다.
특히 적은 금액이라도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올해 초 10억원 이하 수준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상장사는 신성에스티, 에코플라스틱, 휴마시스, 에이프로, 경인양행 등 총 17곳(유가증권 3곳·코스닥 14곳)이다. 지난해 가비아, 대림제지, 우신시스템, 이라이콤 4곳에서 4배 넘게 늘어났다. 대림제지의 경우 작년에 이어 올해도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취득했다. 2022년(11곳), 2021년(6곳)과 비교해도 크게 증가했다.
공시 후 대부분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 신성에스티는 지난 1월 23일 장 마감 직전 자사주 매입을 공시한 후 24~26일 사흘 동안 주가가 8.2% 급등했다. 알엔투테크놀로지는 2월 29일 공시한 후 다음 거래일인 지난 4일 주가가 6% 넘게 뛰었고, 에코플라스틱과 휴마시스도 자사주 취득 공시 다음 날 약 2%씩 상승했다. 공시한 17곳 중 11곳이 공시 다음 거래일에 주가가 올랐다.
올해 초 10억원대 이하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상장사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300억~3000억원대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시총 규모가 작다. 평소 자사주 취득에 나서지 않던 작은 상장사들이 자사 주식을 사들인 것엔 최근 정부의 밸류업 정책과 맞물려 주주환원 강화 목소리가 커진 점이 꼽힌다. 실제로 17곳 중 11곳이 자사주 취득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로 밝혔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연구기관장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환원 등에서 일정 조건에 미치지 못하는 상장사에 대해 거래소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을 하지 않다가 올해 갑자기 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점을 보면 밸류업 영향이 어느 정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총 규모가 작은 상장사라도 10억원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 미미한 수준이라 ‘면피성’ 매입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소각과 배당 정책이 발표되지 않는다면 자사주 물량이 다시 시장에 풀릴 수도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말 주주환원을 할 의지로 자사주 매입을 한 것이라면 주주들의 입장에서 배당과 소각까지 함께 가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10억원 내외로 자사주 취득만 한 것은 ‘생색내기’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향후 임직원 상여 형태로 지급하거나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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