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하며 흥국생명 선두 탈환 이끈 김연경 "12일 수원의 형광색 코트를 핑크색으로 물 들여주시길"
김연경이 ‘김연경’한 경기였지만, 김연경은 그리 만족하지 않은 경기였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 팀 모두 주전 세터가 나란히 부상을 이유로 결장했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가 나는 데다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가 올 시즌 여자부 최고 세터로 군림하고 있는 폰푼임을 감안하면 IBK기업은행의 타격이 더 컸다.
그럼에도 IBK기업은행은 ‘백토스’ 자신감을 되찾은 세터 김하경이 아포짓 스파이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미국)를 적극 활용하며 저항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흥국생명을 만나 5전 5패를 당했던 IBK기업은행은 아직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봄배구 진출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선 이날 승리가 너무나도 간절했다.
이날 62번의 공격을 한 김연경은 후위 공격은 딱 1개에 그쳤다. 61번을 전위에서 공격을 한 셈인데, 흥국생명은 그가 전위에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력이 요동쳤다. 1m92의 압도적인 신장을 활용한 높은 타점으로 김연경은 IBK기업은행 블로커들과 수비를 농락했다. 상대가 반크로스와 크로스 코스로 블로킹을 막으면 스트레이트로 공을 뺐고, 수비가 앞으로 몰린다 싶으면 연타성으로 코트 후방으로 공격을 툭 쳤다. 보기엔 쉬워보여도 순간적으로 상대 블로커와 수비의 움직임을 캐치하는 눈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김연경의 품격이 느껴지는 공격이었다. 상대가 스트레이트 코스와 반크로스를 막으면 반대쪽 어택라인 앞에 떨어지는 극단적인 크로스 공격으로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4세트 막판 21-17에서 무려 22번이나 이어진 랠리를 끝낸 것도 김연경의 크로스 코스 강타였다.
‘IBK기업은행을 만나면 경기력이 좋지 않다고 해도 올 시즌 6전6승을 거뒀다’고 묻자 김연경은 “승리는 다 거두긴 했는데, 승점을 빼앗겼으니까요. 쉽게 갈 경기도 5세트 간 적도 많아서(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세 번 풀세트 접전을 치렀다) 저희는 승점을 빼앗긴 기분이죠”라고 답했다.
아직 시간이 좀 있지만, 사실상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12일 현대건설전에 대한 각오를 부탁하자 “우선 8일 페퍼저축은행전 승점 3을 가져오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면서 “수원 원정에서 경기를 하는데,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현대건설의 형광색 코트를 핑크색 물결로 물들여주셨으면 한다. 많은 분들이 재밌게 보실 것 같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현대건설 양효진과 국가대표 시절 10년 이상 룸메이트로 지냈다. 양효진을 ‘양 매니저’라 부른 김연경은 “평소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도 순위 싸움은 예민해서 서로 언급을 피하는 편이다. 서로 ‘너희가 우승할 것 같아’, ‘언니네가 우승할 것 같아’하면서 덕담을 주고받곤 하는데, 속으론 소속팀의 우승을 바라고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한 뒤 인터뷰실을 떠났다.
화성=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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