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가 희망이다 [김누리 칼럼]
김누리│중앙대 교수(독문학)
우리는 지금 거대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별이 위험하고, 한반도가 위험하고, 한국 사회가 위험하고, 한국인이 위험하다. 이제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거대한 복합위기다. 지구 생태계는 ‘22세기는 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종말로 치닫고, 한반도는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으며, 한국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나라”(뉴욕타임스)가 되었고,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마크 맨슨)에 사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한국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거대한 퇴행’은 실로 심각하다. 그가 집권한 이후 “신자유주의는 부활하고, 수구는 귀환하고, 냉전은 회귀하고, 역사는 역행했다.”
이제 한달 뒤면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이번 총선의 시대적 의미는 자명하다. 이 거대한 퇴행을 막아내는 것이다. 이 거대위기의 시대에, 이 무능한 정부의 퇴행을 저지하지 못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생태적 파국, 평화의 붕괴, 사회적 파국, 인간성의 파탄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선거일이 정확히 35일 남았다. 그런데 불행히도 민주개혁 세력의 패배가 예상된다. 지난 3월1일에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패색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서울의 지지율이다. 국민의힘이 43%인 데 반해, 민주당은 26%로 무려 17%포인트 격차를 보인다. 이대로 간다면 서울 지역은 참패할 것이고, 국민의힘의 완승이 확실시된다.
민주당의 위기는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 이재명’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정국 프레임이 새로 짜이면서 역전 현상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프레임으로는 민주당이 반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선거제 확정과 공천 과정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들이 ‘이재명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국민은 정권 심판을 바라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이 과연 그에 합당한 도구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길은 남아 있는가? 아직 실낱같은 마지막 희망은 있다. 그것은 프레임을 바꾸는 것이다. 한동훈을 제압할 수 있는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선거를 이끌게 한다면 선거 판도 전체를 바꿀 수 있다. 많은 국민은 이미 한동훈의 ‘천적’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바로 이탄희 의원이다.
이탄희가 무대에 오르는 순간, 한동훈의 몰락이 시작될 것이다. 한동훈의 ‘참신함’이 ‘진부함’으로 바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섯가지다. 첫째, 이탄희는 1978년생 40대 중반으로 1972년생 50대 초반의 한동훈보다 젊다. 이탄희의 등장은 586운동권 대 법기술자(테크노크라트)의 대립 구도를 깨고 ‘새로운 진보적 젊은 정치’의 개막을 알릴 것이다. 둘째, 이탄희는 한동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혁적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 농단을 폭로한 이탄희의 용기와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90도 ‘폴더 인사’를 하는 한동훈의 굴종을 비교해보라. 셋째, 이탄희는 한동훈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이탄희와 한동훈이 논쟁을 벌이는 유튜브는 널려 있다. 직접 확인해 보시라. 넷째, 이탄희는 귀족적인 한동훈과는 달리 서민적이다. 가락시장의 가난한 서민적 환경에서 성장한 이탄희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매우 민감하다. ‘강남 키드’ 한동훈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 다섯째, 이탄희는 사려 깊고 예리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언어’를 구사하는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반면 한동훈의 언어는 ‘표피의 언어’다. 즉자적이고 즉흥적인 언어, 사유의 우물이 고일 시간이 없는 메마른 사막의 언어다.
‘이탄희를 앞세워 한동훈을 제압하라’ 이것이 지금 이 시대가 민주당에 요구하는 지상명령이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거대위기를 극복하고 거대한 퇴행을 저지하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을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하여 프레임을 바꾼 것처럼, 이제 이탄희를 비상대책위원장에 발탁하여 선거 구도를 전격적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정치인 이재명이 사는 길이고, 민주개혁 세력이 사는 길이며,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다.
민주개혁 세력이 패배한 이후의 ‘검찰공화국 대한민국’은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지금 이 절박한 위기를 돌파할, 우리가 지닌 최후의 무기는 정치 지도자의 비상한 결단과 깨어 있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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