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장미란 울렸던 중국 탕공홍, 그때 그 '기적의 역전' 금메달
권종오 기자 2024. 3. 6. 09:03
[별별스포츠+]
출발은 장미란이 좋았습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25kg, 2차 시기에서 130kg을 깔끔하게 성공했습니다. 반면 탕공홍은 1차 시기에서 122.5kg을 실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습니다. 2차 시기에서 122.5kg을 성공했지만, 3차 시기에서 127.5kg을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이어 벌어진 용상은 세계 역도 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였습니다. 용상에서도 장미란의 출발이 좋았습니다. 1차 시기에서 165kg을 성공했고 2차 시기에서는 170kg에 도전했습니다. 역기를 어깨까지 들어 올리는 '클린' 동작엔 성공했는데, 그다음 '저크' 동작에서 마지막에 버티지 못하고 바벨을 떨어뜨리면서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반면, 용상에서 7.5kg 차이를 뒤집어야 했던 탕공홍은 1차 시기부터 장미란보다 7.5kg 무거운 172.5kg에 도전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매우 어려운 일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우리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합니다. 우리 인생에서 기적이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은 아주 낮습니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순간에 기적이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이 체급의 금메달 후보는 한국의 장미란과 중국의 탕공홍이었습니다. 두 선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미리 만났습니다. 당시 탕공홍이 금메달, 장미란은 은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탕공홍은 합계 287.5kg(인상 120kg+용상 167.5kg)을 들었고 장미란은 합계 272.5kg(인상 117.5kg+용상 155.0kg)으로 15kg이나 뒤졌습니다.
장미란 vs 탕공홍, 용호상박 대결
이후 장미란의 기량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탕공홍과 금메달을 겨룰 정도가 됐습니다. 그리고 2년 뒤 두 선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외나무다리'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그때 장미란의 나이는 21살. 탕공홍은 4살 많은 25살이었습니다.
장미란, 인상에서 기분 좋은 출발
출발은 장미란이 좋았습니다. 인상 1차 시기에서 125kg, 2차 시기에서 130kg을 깔끔하게 성공했습니다. 반면 탕공홍은 1차 시기에서 122.5kg을 실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습니다. 2차 시기에서 122.5kg을 성공했지만, 3차 시기에서 127.5kg을 들어 올리지 못했습니다.
결국 인상은 장미란 130kg, 탕공홍 122.5kg으로 장미란이 7.5kg 앞선 채 종료됐습니다. 장미란 선수가 탕공홍에 7.5kg이나 앞서자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당시 장미란은 여자 역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남녀 통틀어서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병관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노리는 것이었습니다.
용상에서도 장미란 쾌조…첫 금 유력
이어 벌어진 용상은 세계 역도 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였습니다. 용상에서도 장미란의 출발이 좋았습니다. 1차 시기에서 165kg을 성공했고 2차 시기에서는 170kg에 도전했습니다. 역기를 어깨까지 들어 올리는 '클린' 동작엔 성공했는데, 그다음 '저크' 동작에서 마지막에 버티지 못하고 바벨을 떨어뜨리면서 아쉽게 실패했습니다. 반면, 용상에서 7.5kg 차이를 뒤집어야 했던 탕공홍은 1차 시기부터 장미란보다 7.5kg 무거운 172.5kg에 도전했습니다.
그런데 클린 동작부터 불안했고 결국 일어서지 못하고 뒤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이때부터 장미란과 탕공홍 양 측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탕공홍은 곧바로 같은 무게인 172.5kg 2차 시기에 도전해 간신히 성공했습니다. 상당히 흔들렸는데 클린 동작 이후 한참 심호흡한 뒤 겨우 들어 올렸습니다. 용상 2차 시기까지 기록을 보면 합계에서 두 선수가 똑같았습니다. 그럴 경우 체중이 가벼운 장미란이 이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장미란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용상 3차 시기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장미란이 172.5kg로 3차 시기에 나섰습니다. 본인 최고 기록이자 한국 신기록에 도전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성공한 뒤 무릎을 꿇은 채 두 손을 모으고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한국 신기록이자 올림픽 신기록이었습니다. 장미란은 코치진과 얼싸안고 감격을 누렸습니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필자는 장미란 아버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고 우리 응원단도 열광의 도가니를 이뤘습니다. 당시 생중계를 하던 한국의 한 방송사 화면에는 이때 '장미란 금메달'이란 자막이 나왔고 중국 방송사 해설위원도 "사실상 장미란이 금메달을 따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모두가 경악했던 탕공홍의 용상 3차 시기
그런데 몇 분 뒤 0.1%의 가능성도 없어 보이던 기적이 발생했습니다. 탕공홍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3차 시기에서 장미란보다 7.5kg를 초과해서 들어야 했는데 탕공홍의 최고 기록은 175kg이었습니다. 이것은 세계 신기록이기도 했습니다. 당일 탕공홍의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던 점을 고려하면 탕공홍이 역전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탕공홍은 3차 시기에서 한 번에 10kg을 올려서 무려 182.5kg에 도전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탕공홍이 여태껏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무게였습니다. 심지어 훈련 때도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한, 말도 되지 않는 무게였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세계기록(175kg)보다도 무려 7.5kg나 더 무거운 엄청난 중량. 이걸 들면 탕공홍의 역전 우승이 확정되고, 들지 못하면 장미란이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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