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전문 교수가 말하는 비만 치료제 나비약, 사용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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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믿고 써도 되나
체중 20% 감소 GLP-1 신약 주목, ‘나비약’ 장기 복용 주의
어떤 경우에 비만 치료제를 사용합니까?음식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 감량 노력을 3개월 이상 했지만 조절이 안 되거나 대사이상 등 건강 문제를 일으켰을 때 비만 치료제를 처방할 수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에는 어떤 종류가 있나요?
크게 중추성 약물과 말초성 약물로 나뉩니다. 뇌에 작용해 포만감을 주든 식욕을 떨어뜨리든 식욕을 억제해 음식을 덜 먹게 하는 약을 중추성 약물이라고 해요. 식욕억제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요즘 주목받는 GLP-1 유사체도 식욕억제제의 일종으로 볼 수 있어요. 말초성 약물은 제니칼처럼 위와 간에서 작용해 지방 흡수를 방해하는 약으로 지방 흡수 억제제가 대표적이에요.
치료 효과는 어떤 약이 좋은가요?
환자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달라요. 그래서 약이 1등부터 10등까지 있는 게 아니고 환자에게 잘 받는 약이 있습니다. 환자가 가진 질환이나 식습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양은 적지만 굉장히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지방 흡수 억제제가 도움이 되겠죠. 반면에 기름진 건 먹지 않는데 식욕 억제가 안 되는 사람에겐 중추성 약물이 도움이 됩니다. 또한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이 있거나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약이 위험할 수 있으니까 GLP-1 유사체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이름이 난해한 GLP-1 유사체가 전 세계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어떤 약인가요?
GLP-1은 음식을 먹을 때 장에서 분비돼 포만감을 높여주는 호르몬이에요. GLP-1 유사체는 GLP-1 호르몬과 비슷하게 만든 약으로 포만감을 느끼게 해 음식 섭취를 줄여줍니다. 소장에서 탄수화물의 흡수를 느리게 만들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막습니다.
15~20%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GLP-1 약인 위고비, 마운자로, 젭바운드 같은 약은 아직 국내에 안 들어오고 있죠?
미국에서 워낙 많이 팔려서 물량이 달려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약값도 한 달 치가 150만원으로 비싸요. 또 이 약들은 원래 당뇨약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도 물량이 충분치 않아요.
비만 치료제를 복용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자신에게 맞지 않는 약, 부작용이 있는 약을 복용하면 안 되겠죠. 예를 들어 일부 식욕억제제는 수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면증이 있으면 사용해선 안 돼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합니다. 비만 치료제는 모두 의사가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이에요.
식욕억제제는 단기간 사용해야 하나요?
다 그런 건 아니에요. 식욕억제제 중에 펜터민 계열의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그렇습니다. 나비약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약들은 12주 이상 못 쓰게 돼 있어요. 간혹 불법으로 유통돼 오남용과 장기간 복용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시판되는 식욕억제제는 대부분 2개월 이상 처방해도 문제가 없도록 효과와 안정성이 입증돼 있어요. 비만은 이제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병원에서 약물로 치료하는 병이 됐어요.
비만은 생활습관병이다
다이어트 성공은 습관 바꾸기가 포인트
다이어트 약과 비만 치료제는 다른가요?일반적으로 체중 조절용 건강기능식품을 다이어트 약이라고 잘못 표현해요.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효과와 안정성을 입증했지만 약보다 효과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여기에만 의존하면 안 됩니다. 음식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하죠.
비만이 아닌 사람이 다이어트를 위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해도 되나요?
그런 경우에는 실제로 효과가 별로 없고 오히려 부작용이 많을 수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나 다이어트 식품을 오남용하는 환자를 자주 만나지요?
다이어트용 건강기능식품을 이것저것 계속 먹으면서 돈을 많이 쓰지만 살은 안 빠지는 환자도 있어요. 요즘은 많이 줄었지만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이 병원 저 병원에서 처방받아 길게 복용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 중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세요?
10여 년 전 비만 교과서에는 “지방을 줄이고 열량을 제한하고 운동을 병행해야 효과가 있다”고 나와 있었지만, 최근에는 조금 유연해졌어요. 자신의 생활 습관이나 식습관에 맞는 방법을 택하면 다양한 다이어트 방법이 대체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다만 다이어트할 때는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식사는 물론 적당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해요.
어떤 방법이든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가요?
정답입니다. 이런저런 다이어트법이 유행하지만 특이한 방법은 지속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다 보니 많은 이들이 유행 다이어트를 하곤 요요를 겪어요. 이를 악물고 다이어트하다가 옛날 생활 습관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만을 생활습관병이라고 하는군요.
전형적인 생활습관병이죠. 약이든 운동이든 체중 조절 후에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자신이 비만하게 된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해요.
요요가 반복되면 비만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10kg을 뺐다가 다시 원래 체중인 70kg으로 돌아간 환자가 “예전에 맞던 옷이 안 들어간다”고 해요. 살이 빠질 때는 근육이 같이 빠지지만, 다시 살이 찔 때는 지방만 붙는 거죠. 이렇게 되면 체지방이 많아져 비만도가 더 올라가고, 같은 체중이라도 기초대사량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이전과 비슷하게 먹어도 살이 더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살 빼는 식사법 있다
에너지 밀도 낮은 음식, 한 상 차림이 체중 감량에 도움 돼
어떤 음식이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나요?예전에는 비만 치료라고 하면 칼로리만 얘기했지만 최근에는 개념이 바뀌었어요. 제일 흔한 개념이 에너지 밀도예요. 똑같이 600g, 600kcal 음식도 부피가 큰 게 있고 작은 게 있어요.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은 양이 많기 때문에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해 덜 먹게 하고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줍니다. 반면에 에너지 밀도가 높은 음식은 많이 안 먹어도 살을 찌게 합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 400kcal는 밥과 반찬 400kcal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서 살을 붙게 해요.
같은 밀가루로 만든 빵과 국수의 에너지 밀도는 서로 다른가요?
다르지 않은데 문제는 어떻게 먹느냐입니다. 서양인은 빵을 많이 먹지만 빵만 먹지 않고 고기와 샐러드를 같이 먹어요. 우리는 빵만 먹으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베트남에 가서 쌀국수를 주문하면 국수 위에 푸짐한 채소와 고기가 얹혀 나와요. 우리는 국수를 먹을 때도 그렇지만 쌀국수를 먹을 때도 위에 얹힌 게 별로 없어요. 공장에서 가공을 많이 한 초가공식품도 에너지 밀도가 높습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음식 섭취 방법이 있을까요?
한 상으로 먹는 겁니다. 그러니까 밥에 생선이나 고기, 채소나 나물을 같이 먹으면 되는데, 단품이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는 살을 부릅니다. 또 포만감을 많이 주는 채소나 단백질을 먼저 먹고 나중에 탄수화물을 먹으면 과식을 피할 수 있어요.
세끼 규칙적인 식사가 비만 해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라는 호르몬 수치가 올라가 식욕이 증가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식사를 많이 하거나 간식, 야식, 군것질을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조리법이 따로 있나요?
튀기거나 볶는 요리보다 찌거나 굽는 요리의 칼로리가 훨씬 낮아요. 설탕을 많이 넣은 양념에 재는 양념불고기, 양념갈비 등은 구이나 삶은 고기보다 칼로리가 높아요.
에디터 :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 사진 : 김동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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