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0% 급등한 글로벌 반도체 ETF… “아직 고점 아니다”

신병남 기자 2024. 3.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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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ETF 수익률 비교 결과
상위 10개중 8개 반도체상품
KOSEF등 2개는 30%대 상승
거래대금 최다는 TIMEFOLIO
“AI붐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
하반기 시장 호황 가능성 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들어 순자산 규모만 10조 원이 불어 대표적인 투자자산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ETF 상품들이 올해 들어 20% 넘는 상승세를 보이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가격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반도체 슈퍼 사이클’은 이제 시작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투자자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다. ETF 1주를 매수하면 해당 지수 구성 종목 전체를 조금씩 매수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별 종목이 아닌 산업군에 투자하는 셈으로,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투자상품인 만큼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부터 이달 4일까지 ETF 등락률을 비교한 결과, 상위 10개(레버리지 제외) 중 8개가 ‘글로벌 반도체’ 상품으로 나타났다. ETF 전체 수익률 2위 상품은 ‘KOSEF 글로벌AI반도체’로 약 2개월간 34.46% 상승했으며 거래대금은 1438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이 상품은 미국, 유럽, 한국 상장 종목 중 AI 반도체 특화 기업 15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엔비디아(21.1%), AMD(19.6%), TSMC(19.4%) 세 종목에 높은 투자 비중(약 60%)을 갖고 있다.

‘HANARO 글로벌반도체 TOP10 SOLACTIVE’도 31.01% 상승해 KOSEF 글로벌AI반도체와 함께 3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반도체 TOP10 대표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상품으로 엔비디아(17.4%), TSMC(15.2%), 브로드컴(14.9%), ASML(13.2%) 등으로 종목이 꾸려져 있다.

‘KODEX 미국반도체MV’는 TSMC, 인텔, ASML, 마이크론 등 미국에 상장된 대형 반도체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약 2달간 28.89% 올라 30%대 근접한 상승률을 보였으며, 거래대금도 2345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ACE 글로벌반도체 TOP4 Plus SOLACTIVE’도 28.75% 올랐다. 이 상품은 엔비디아, ASML, TSMC에 각각 20% 수준으로 비중을 담고 있으며 삼성전자(14.8%)도 구성 종목으로 포함하고 있다.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 액티브’(27.89%)는 거래대금이 3261억 원으로 관련 ETF 상품 가운데 가장 거래가 많았는데, SK하이닉스를 비롯한 33개 상품에 골고루 투자돼 있다.

‘TIGER 일본반도체 FACTSET’는 스크린홀딩스·도쿄일렉트론·어드반테스트 등 일본 반도체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도 올해 들어 27.38% 상승했다. ‘ARIRANG 일본반도체 소부장 Solactive’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대표기업으로 구성 종목을 담고 있는데, 24.84% 올랐다.

주식가격이 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만큼 이를 담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ETF 가격도 고점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은 반도체 부문의 성장 여력이 더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은 “과거 ‘정보기술(IT) 버블 밸류에이션’과 비교하면 반도체 관련 사업의 이익전망치를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이 비싸지 않다고 본다”며 “매크로적인 환경만 보더라도 향후 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높아져 성장주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환경을 보면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기업들도 지난해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라며 “어디까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확장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증권도 메모리 반도체 시황 보고서를 내면서 ‘슈퍼 사이클’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노무라는 “AI 붐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매우 강해졌다”며 “올해 한국의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150% 늘어나고, (하반기) 슈퍼 사이클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 호황은 2002년 PC 보급, 2008년 스마트폰 대중화, 2012년 4G 교체, 2016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 2020년 디지털 전환 등으로 반복됐는데, 이번에는 ‘대호황’을 점친 것이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만 유가증권시장에 69종의 ETF가 신규 상장하면서 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은 ETF 상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전체 ETF 시장도 몸집을 매섭게 불리고 있다. 지난해 말 121조657억 원이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29일 132조8963억 원을 기록하면서 두 달 만에 10조 원 넘게 증가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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