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청년이 22만 유튜브 채널의 프로 여행 가이드가 된 사연 [여행人터뷰]

이가영 여행플러스 기자(lee.gayeong@mktour.kr) 2024. 3.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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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만으로 똑똑해지는 듯한 기분이 드는 여행 영상이 있다. 여행지에 관한 핵심 정보는 물론 지역의 역사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한 콘텐츠에 담고 있다. 그렇다고 지루하리라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칫하면 단순 나열로 끝날 수 있는 정보를 누구나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기 때문이다. 설명만 들으면, 마치 백과사전과도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유튜브 22만 구독 채널 ‘트립콤파니’다.

최근 트립콤파니를 운영하는 최민식씨를 만났다. 최씨는 자신을 대한민국 부산 출신 평범한 청년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을 좋아해 고정 주거지 대신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생활하고 있다는 그. 특별하지 않다고 하기엔 그가 트립콤파니를 운영하며 전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깊이 있고 특색 있다. 전 세계 여행지에 대한 각종 정보를 빠짐없이 전하는 최씨의 얘기를 들었다.

트립콤파니의 탄생 과정
태국에서 여행 중인 최민식 씨의 모습 / 사진=최민식 씨 제공
최민식 씨가 유튜버로 일을 시작한 때는 2018년 여름이다. 당시 첫 가족 해외여행으로 일본 도쿄에 갔고 가이드 역할은 자연스레 최씨가 맡았다. 전부터 여행하며 국가나 도시의 전반적 구조에 흥미를 느꼈던 그는 일정 내내 도쿄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때 예상외로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 건 아버지였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복잡한 도시를 잘 알고 여행을 이끌어 가는 것을 신기해했다. 그리고 뜻하지 않은 아버지의 관심에서 최씨는 새로운 길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저 오디오가 비는 게 싫어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아버지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죠.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한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그렇게 최씨는 유튜버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처음엔 전업 유튜버로 활동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기에 채널명도 대강 지었다. 여행이라는 의미를 지닌 트립(Trip)에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를 붙였다. 여기서 발음만 살짝 바꿔 트립콤파니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나중에 필요하면 바꾸리라 생각했지만 딱히 바꿀 이유는 없었다.

홋카이도를 여행 중인 최민식 씨의 모습 / 사진=최민식 씨 제공
유튜브를 시작하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채널 콘셉트도 단순하다. 한 마디로 ‘백과사전’이다. 최씨는 영상에서 여행을 준비하며 알면 좋을 모든 이야기를 전한다. 심지어 국가나 도시가 형성된 배경과 같은 역사적 사실도 설명한다.

물론 이는 호불호가 명확한 부분이기에 영상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진 않다. 최씨는 트립콤파니 채널의 핵심을 해당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도서관에서 역사나 문화에 관한 책을 읽는 걸 좋아했어요. 지역적으로 궁금한 부분이 있을 땐 영어로 나온 책이나 논문까지 찾아봤습니다. 물론 영상에 해당 내용을 모두 넣진 않아요. 그래도 아는 것이 최대한 많아야 좋은 가이드가 나온다고 생각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운영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곳이 일본 도쿄였기에, 유튜버로서 가장 먼저 다뤘던 지역 역시 도쿄였다. 최씨에게 도쿄는 가족여행 이전에도 방문한 적 있는 친숙한 여행지였기에 그간 쌓아놓은 자료도 충분했다. 여기에 한국 사람이 즐겨 찾는 관광지이기도 하니, 관련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했다.

일본 도쿄 마루노우치 / 사진=최민식 씨 제공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후에는 여행지를 선택함에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이 가느냐와 투입 비용 대비 결과물이 어느 정도 나오느냐다.
“한국인을 타깃으로 영상을 만든다면, 아프리카 케냐 여행 가이드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찾아보는 사람이 적을 겁니다. 미국 관련 영상이라면 수요는 있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초반에는 적자일 테고요.”

오랜 고심 끝에 최씨가 택한 지역은 일본, 대만과 동남아시아다. 특히 일본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이면서 대중교통이 잘 발달했기에 시간이나 금전 투입 대비 결과물이 잘 나온다고 했다. 동남아시아 역시 비용이 적게 듦과 동시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 콘텐츠를 제작하기 좋다는 입장이다.

트립콤파니의 위기와 극복 과정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운영하며 언제까지나 순탄할 줄만 알았던 최씨의 채널에도 두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첫 번째는 코로나 팬데믹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했다. 최씨는 상황이 심각했던 2020년 상반기엔 한국에서 계속 쉬기만 했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하반기부턴 국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강릉, 속초, 경주 영상이 당시 나온 결과물이다.
팬데믹 시기 태국에 머물렀던 최민식 씨의 모습 / 사진=최민식 씨 제공
2021년 3월에는 태국 STV(특별여행비자)를 받아 연말까지 태국에 체류했다. 이때 최씨는 채널 정체성 변화를 시도하면서 두 번째 위기와 마주한다. 기존 정보성 채널에서 브이로그 채널로 바꾼 것이 화근이었을까. 조회수가 이전에 비해 반토막 나는 일이 벌어졌다.

여기에 다른 콘텐츠에 대한 관심까지 연쇄적으로 줄어드니, 아무리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도 분위기가 쉬이 좋아지지 않았다고. 그는 이 시기를 여행 유튜버로 일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로 꼽기도 했다.

“제가 만든 콘텐츠가 대중에게 인정받지 못할 때, 가장 힘듭니다. 간단히 말하면 조회수가 나오지 않을 때죠. 태국에 머물렀을 시기가 그랬는데요. 채널 정체성을 바꾸려다가 큰 실패를 겪었습니다.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유럽으로 넘어가서 만든 콘텐츠까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하며 엄청난 적자가 났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발리 여행 중 촬영한 사진 / 사진=최민식 씨 제공
이에 최씨는 인도네시아 발리 가이드 콘텐츠를 가장 아낀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립콤파니가 다시 여행 가이드 채널로 돌아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영상이기 때문이다. 당시 만든 영상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발리 가이드 콘텐츠를 통해 최민식 씨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간 여행하며 겪은 모든 경험이 소중하지만, 최씨에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있을 터. 그가 택한 곳은 오베르 쉬르 우아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는 프랑스 파리 근교 작은 마을로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말년을 보내고 생을 마감했던 곳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며 창작의 고통을 겪어본 만큼, 고흐의 마지막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뜻깊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 사진=최민식 씨 제공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후 고흐의 마지막 장소를 방문하는 건 이전과 느낌이 달랐어요. 타인이 내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한 슬픔을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죠.”
트립콤파니와 여행가 최민식의 관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트립콤파니를 만든 최씨는 앞으로의 트립콤파니를 위한 애정도 남다르다. 이제 그의 목표는 트립콤파니를 여행자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만들기다. 여행을 결심하는 단계에서부터 계획을 세우고 실행으로 옮기기까지, 여행의 모든 과정에서 트립콤파니를 이용하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여행자의 세계에서만큼은 트립콤파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목표 달성을 위해 공부도 꾸준히 할 예정입니다.”
홋카이도를 여행 중인 최민식 씨의 모습 / 사진=최민식 씨 제공
어느새 여행과 한 몸이 된 그는 여행을 다니며 지금껏 겪어보지 못한 자극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최씨에게 여행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는 취미 활동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색다른 문화를 경험하며 성장하고자 하는 그는 지금도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모든 것이 색다른 여행지에서 많은 자극은 곧 질문으로 이어져요.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어느새 제 세계가 더 넓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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