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 '비건 화장품' 내놓은 진짜 속내는

김지우 2024. 3. 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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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비' 이어 비건 화장품 도전
홍삼 비중 98%…매출 정체 돌파구
신사업 확장…수익 다각화 모색
/ 그래픽=비즈워치

KGC인삼공사가 화장품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홍삼 매출이 정체되자, 신사업을 통해 수익 다각화를 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KGC인삼공사는 '글로벌 종합 H&B(헬스앤드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한 만큼 홍삼을 메인으로, 화장품 사업을 추가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미국에서 먼저 '비건' 입혔다

KGC인삼공사는 최근 미국에서 비건 뷰티브랜드 '랩 1899'를 론칭했다. 레드진생 유래 비건 소재를 담은 세럼과 크림 등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을 선보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먼저 살피는 중이다.

KGC인삼공사가 랩 1899를 국내가 아닌 미국에 먼저 선보인 것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비건 인구가 가장 많은 시장이어서다. 미국에서 비건브랜드로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다른 국가에도 진출이 용이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랩 1899는 향후 국내외 다양한 판매 채널로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엔 이달 신제품을 출시한다.

KGC인삼공사의 비건 뷰티브랜드 '랩 1899' / 사진=KGC인삼공사

사실 KGC인삼공사의 해외 화장품 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간 KGC인삼공사는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를 운영해왔다. 동인비의 연 매출은 200억원 수준이다. 미국에서는 동인비가 노화방지 화장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랩 1899와 동인비는 모두 홍삼 진액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이다. 두 브랜드의 차이점은 '비건 인증' 여부다. 랩 1899는 프랑스 이브 비건 인증을 획득했다.

KGC인삼공사는 비건 화장품 시장이 최근 몇 년 동안 큰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환경 친화적이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업계에선 비건 화장품 제품 라인을 도입하는 추세다. 비건 브랜드는 매출 증진뿐만 아니라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KGC인삼공사가 해외 수출을 늘리는 데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실적 돌파구 찾아라

KGC인삼공사의 비건 화장품 시장 진출 이면에는 실적에 대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다. KGC인삼공사의 매출은 2019년부터 점차 감소하고 있다. 2022년엔 매출이 회복하긴 했지만 1% 성장에 그쳤다. 그해 영업이익은 742억원으로 전년보다 38% 감소했다. 중국 관광객 감소 여파로 면세 채널 매출이 부진한데다, 국내 매출도 정체된 탓이다.

KGC인삼공사의 주력상품은 홍삼이다. 홍삼 제품 매출은 KGC인삼공사 전체 매출의 98%가량을 차지한다. KGC인삼공사는 그동안 홍삼을 앞세워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장악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삼 외에도 다양한 제품들이 등장하면서 KGC인삼공사의 입지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고객 니즈가 세분화되면서 맞춤형 소재 및 제품 경쟁도 심화됐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 규모다.

KGC인삼공사 실적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상황이 이렇자 KGC인삼공사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작년 한 해에만 80여 종의 홍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장악에 나섰다. 연령, 성별 등 고객 타깃을 세분화해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다. 또 필름·젤리 등 신규 제형은 물론 버섯·제비집 등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온·오프라인 채널 시너지를 위해 오프라인 건강기능식품 전문매장인 '정몰'을 열기도 했다. 

여기에 화장품 분야를 확장해 수익 다각화에 나섰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을 확장성에 주목하기보단 전문성을 기르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주력이 홍삼인 만큼 향후에도 정관장의 연구개발 역량과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KGC인삼공사의 비건 뷰티 시장 진출을 눈여겨 보고 있다. 과연 KGC인삼공사가 아직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 않은 비건 뷰티 시장을 얼마나 선점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이었던 홍삼 부문이 흔들리자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KGC인삼공사 입장에서 비건 뷰티 시장 진출은 일종의 실험이자 모험인 셈"이라고 밝혔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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