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벌어졌어"…30조 밀려버린 LG엔솔 '굴욕'
반도체 전망 밝지만 2차전지 업황 어두워
30조원. 유가증권시장 시총 2위 SK하이닉스와 3위 LG에너지솔루션의 시가총액 차이다. 1월만 해도 두 회사는 시총 2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갈수록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엔 핑크빛 전망이 쏟아지지만, 2차전지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20조7028억원이다. 삼성전자(439조9730억원)에 이어 코스피 시총 2위에 올랐다. 3위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90조6750억원으로 2위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1월 초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 차이는 3000억원대에 불과했다. 두 회사는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하지만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이 공개된 1월 중순께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LG에너지솔루션 4분기 영업이익은 3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42%가량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반면 SK하이닉스는 4분기 3460억원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했다.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 증권사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호실적 여부에 따라 주가 희비가 갈렸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는 17.17% 상승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9.36%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장중 16만9000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1조2333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 주가(38만7500원)는 52주 신고가 62만원보다 최저가 36만2000원에 가까운 신세다. 올해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2280억원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선 시총 2위 경쟁이 당분간 SK하이닉스에 유리하게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은 올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며 배터리 업황 자체가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를 바라보는 증권가 눈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에 SK하이닉스에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치는 17만4591원으로 3개월 전 15만6955에 비해 11.2% 높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목표주가는 50만7421원으로 3개월 전에 비해 15.3% 낮아졌다.
특히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어 전망이 밝다. HBM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HBM은 인공지능(AI) 서버 등에 탑재되는 제품이다. AI 열풍과 함께 HBM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고, HBM은 기존 D램보다 수익성이 우수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을 53%로 추정했다.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로 뒤를 이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경쟁사가 HBM을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HBM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의 수요가 견조해 올해 영업이익은 1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을 포함한 배터리 업계 전망은 어둡다. 전기차 성장세가 꺾인 것과 더불어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감축하고 있다. 프랑스는 고소득자 대상으로 전기차를 구매할 때 지급하던 구매 보조금을 20% 삭감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유럽 의회 선거가 예정돼있어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영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작년 4분기 폴란드 공장의 가동률이 50~60%로 하락하며 실적이 부진했다"며 "배터리 가격 하락세가 일단락되고, 고객사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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