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흘러가는 삶과 인연에 대한 섬세한 고찰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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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생(Past life)의 복수형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라는 제목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인연이 있어 관계를 맺지만, 또 그 인연의 수명이 다해 끊어지는 관계도 있다.
2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는 이처럼 다소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공감 가는 이야기 안에 섬세하게 풀어놓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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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전생(Past life)의 복수형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라는 제목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다. 물론 이 영화는 전생에 관해 얘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전생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과거의 시간, 그것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과 애틋함에 대한 이야기다. 누구나 인생을 살다 보면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임을 깨닫는 때가 있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리고 과거의 나를 사랑한 사람과 지금의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어쩌면 전혀 다른 이를 사랑한 것일 수 있다. 인연이 있어 관계를 맺지만, 또 그 인연의 수명이 다해 끊어지는 관계도 있다. 2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는 이처럼 다소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를 공감 가는 이야기 안에 섬세하게 풀어놓은 작품이었다.
영화는 열두 살 나영과 해성의 모습을 그리며 시작한다. 나영은 부모님의 결정으로 인해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가게 되고, 해성과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그로부터 12년 뒤. 어린 시절 자신을 많이 좋아해줬던 해성(유태오 분)을 떠올린 대학생 나영(그레타 리 분)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성을 찾아내고, 해성 역시 그간 자신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제는 '노라'라는 새 이름으로 살고 있는 나영은 용기를 내 해성에게 말을 걸고, 해성 역시 기쁜 마음으로 나영에게 답장을 보낸다. 두 사람은 시차에도 불구하고 영상 통화를 하며 어린 시절 느낀 설렘의 감정을 되살린다. 하지만 물리적인 문제들이 걸림돌이 된다. 해성은 중국 유학을 앞두고 있고, 노라는 뉴욕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다. 그런 두 사람 사이에는 태평양만큼 넓은 거리감이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둘의 연결은 다시 끊어지고, 시간이 흘러 노라와 해성은 각자 다른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삶을 꾸려간다.
그리고 또 12년이 흐른 뒤. 해성은 뉴욕에 가게 됐다며 노라에게 연락을 한다. 갑작스럽게 해성의 연락을 받은 노라는 묘한 감정들 속에서 무려 24년 만에 해성과 얼굴을 마주한다. 노라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 분)는 아내가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을 허락해 주면서도 그들의 특별한 스토리와 자신과 노라의 평범한 스토리를 비교하며 착잡한 감정을 느낀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미국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서 온 친구를 데리고 뉴욕의 바에 갔을 때,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의 대화를 통역해 주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나영을 이민자로 표현한 것은 감독 자신의 삶을 반영한 것이지만, 한 인간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느끼는 '거리감'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데도 효과적인 설정이었다. 노벨 문학상을 타고 싶었던 욕심 많은 소녀 나영과 작가로 데뷔해 현실적인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어른 노라는 다른 사람이다. 해성을 통해 과거의 자신과 만난 노라는 애틋함과 미묘한 감정들을 느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 각본은 과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답다. 유태오는 자신의 배경과 전혀 다른, 순수 한국인 캐릭터를 우직하게 잘 표현했다. 기대 이상의 연기다. 그레타 리 역시 보는 이들을 빨아들이는 듯한 존재감과 풍부한 표현력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주인공 노라에 이입하게 만든다. 가수 장기하가 극 중 해성의 친구로 깜짝 등장해 반가움을 안긴다. 러닝타임 105분. 6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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