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체중 감량, 시청자에 어떤 영향 미칠까

정한별 2024. 3. 6.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몸무게로 시선 모은 박민영·노정의
"체중 자체보다 스토리텔링에 주목"
박민영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캐릭터를 연기했다. 암 투병 중인 강지원의 겉모습을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그는 몸무게를 37kg까지 감량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몸무게의 악순환에 대한 글이 게재되고 있다. 스타의 날씬한 몸매를 본 비연예인이 그들을 따라 다이어트를 하고 놀라울 만큼 마른 몸을 가진 일반인을 보며 연예인은 체중 감량을 더욱 많이 한다는 이야기다. 스타의 다이어트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물론 스타들이 늘 아름다움만을 위해 살을 빼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위해 체중 감량에 나서기도 한다. 박민영은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강지원 캐릭터를 연기했다. 암 투병 중인 강지원의 겉모습을 더욱 현실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그는 몸무게를 37kg까지 감량했다. 제작발표회를 찾은 박민영은 이와 관련해 "소식하고 촬영할 땐 이온음료로만 버텼다. 다행히 제작진분들이 많이 배려해 주셔서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찍었다. 그리고 2주간 열심히 살을 찌워서 돌아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정의는 키가 165cm이고 몸무게가 39, 40kg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일을 후회한다고 전했다. 자신의 키와 몸무게에 영향을 받아 다른 이들이 잘못된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연예인의 마른 몸을 동경하며 이들의 이름을 딴 'XXX 다이어트'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한다. 이중에는 한가지 음식만을 먹거나 식사량을 크게 줄이는 건강하지 못한 방법도 있다.


멀어도 너무 먼 연예인, 그럼에도 영향받는 이유

노정의는 키가 165cm이고 몸무게가 39, 40kg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후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 사실을 공개한 일을 후회한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왜 시청자들은 실제로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스타들의 다이어트에 영향을 받아 체중 감량을 하는 걸까. 명지대학교 디지털미디어학과 김경보 부교수는 "스타나 인플루언서의 경우 일반인보다 더 영향력 있는 다이어트, 체중 감량 학습 모델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부교수에 따르면 스타의 날씬한 몸매와 체중 변화는 대중의 관심과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오며 미디어는 관련 이슈를 만들고 확대, 재생산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신체에 대한 가치관과 기준과 방법을 학습하고 개인 내면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발생하면서 체중 감량 등 모방행동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을 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에 대해 호감을 품고 있었다면 동기는 더욱 강해진다. 김 부교수는 "감량 패턴을 따라 하고, 미디어에 노출된 유명인의 감량 아이템을 따라 사보고, 비슷하게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 사회는 이상적이고 당위적인 외모 기준과 관리에 대한 압박이 특히 강하다. 체중 감량 이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매스·소셜미디어 메시지, 온갖 다이어트 관련 정보, 대중의 관심과 반응, 자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사진, 바디프로필 찍기 같은 정보들이 상당히 장기적으로 누적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이상적인 몸에 대한 기준을 받아들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회문화적 요소로 시청자들은 다이어트를 남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고 체중 감량의 모방 학습이 강화된다.

대중이 연예인의 다이어트에 영향을 받아 무리한 체중 감량에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 부교수는 스타의 체중 감량과 관련해 몸무게 자체보다 스토리텔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으로 좋은 생활 습관과 식이 습관을 시도하고, 신체 활동 증가 등을 통해 건강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한 노력이 필요한 만큼의 감량으로 이어졌다는 건강 증진 위주의 스토리텔링을 전달하는 것이 모방학습 측면에서도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타인에게 보이는 숫자라는 결과보다 자신을 위한 관리라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이다.

김 부교수는 개인 차원에서도 무방비한 메시지 노출로부터 자신을 심리적으로 방어하는 노력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모 관련 메시지가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것, 누군가의 체중 감량에 솔깃하며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이 방식은 과연 나의 건강과 행복에 정말 도움을 주는지 주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연예인과 자신을 같은 기준으로 놓고 무조건 따라 하기 이전에 그들의 외모관리에 대한 직업적 요구를 알고, 자신의 상황과 차이를 이해하며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필요한 것만 선택적으로 선별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 등 목적이 있는 다이어트는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를 보고 하는 지나친 체중 감량은 빈혈, 우울증, 생리불순, 섭식 장애 등의 문제를 낳기도 한다. 모두가 건강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