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이렇게 잘 할 줄이야', 미친 타격감에 美 매체도 반했다 "핫한 LEE, SF에 고무적 신호"
이정후는 5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설트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2024 미국 MLB 원정 시범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2타수 1안타 1타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시범경기 전 경기 안타 행진이다. 5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462(13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볼넷도 2개 얻어내며 출루율은 0.533, 2루타 하나와 홈런 하나까지 곁들여 장타율은 0.769에 달한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302에 달한다.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리드오프로 나선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다코타 허드슨의 시속 90.4마일(145km)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했으나 땅볼 타구가 콜로라도 2루수 브렌든 로저스의 글러브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2루 땅볼 아웃.
두 번째 타석에선 출루 본능을 뽐냈다. 2회초 2사 후 브렛 위슬리가 적시 2루타를 때려내며 출루했고 2사 2루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나섰다. 1구 높은 속구와 2구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골라낸 이정후는 3-0으로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봤다. 허드슨의 시속 87.5마일(140km) 슬라이더가 높게 높은 쪽으로 형성됐고 잘 참아내며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이정후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밥 멜빈 감독은 대주자 체이스 핀더를 내보내며 이정후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앞서 자신의 파울 타구에 오른쪽 다리를 맞았고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이정후에게 휴식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안타 후 주루 플레이도 정상적으로 이어갔지만 이정후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경기 후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뉴스는 "SF 자이언츠의 새로운 리드오프 이정후가 뜨거움을 유지하며 캑터스리그에서 연속 안타 기록을 이어갔다"며 "이전 KBO리그 스타는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5번의 스프링 트레이닝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매체는 "자이언츠는 자신들의 순위를 안정시키기 위해 올 겨울 이정후를 영입했고 지금까지 캠프에서 이정후는 그렇게 해왔다"며 "이정후는 월요일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솔트 리버 필즈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10-12 패)에서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한 뒤 자신이 출전한 5번의 캑터스리그 경기에서 적어도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어 "25세 중견수는 홈런 하나에 타율 0.462, 출루율 0.533, OPS(출루율+장타율) 1.302의 스프링 슬래시 라인을 갖고 있다"며 "표본 크기는 작지만 지난 시즌 9명의 선두 타자를 기용한 뒤 이정후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팀에게는 고무적인 신호다. 이정후는 2022년 KBO MVP로 선정됐고 7시즌 동안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타율 1위(0.340)에 올라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서 6년 1억 1300만 달러(1509억원)라는 아시아 야수 최고액에 이정후를 품에 안은 이유였다.
뎁스 차트에 따르면 이정후는 2024시즌 13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1(581타수 151안타), 11홈런 54타점 78득점, 8도루 3도루실패, 53삼진 48볼넷 , 출루율 0.354 장타율 0.431, OPS 0.785, wRC+ 116,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공격력에서는 팀 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수비도 평균 이상으로 해줄 것으로 나왔다.
단 5경기 뿐이지만 이정후는 단숨에 자신의 타격 능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놀라운 건 기대치 못했던 부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주루 플레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28일 처음 나선 시범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더 주목을 받은 건 주루 플레이였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단일 시즌 최다 도루가 13개에 불과했다. '바람의 아들'이라 불렸던 아버지 이종범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자이언츠는 이정후가 이번 시즌 (상대팀에) 더 성가신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들은 그가 이번 봄을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데 활용하기를 원한다"며 "비록 그가 KBO 키움에서 한 시즌에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이언츠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발목 골절에서 완전히 회복했고 스코어링 포지션인 A에서 B로 뛸 수 있는 속도가 충분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멜빈 감독도 "우리가 베이스에서 더 큰 혼란을 일으키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우리도 그 사람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분명히 정보가 있다. 영상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를 현장에 데려가서 어떤 종류의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내 생각엔 그가 베이스 위에서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단지 플레이하고 자신의 것을 하도록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장타력에 대한 의문도 지웠다. 지난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선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2루타 하나 1타점 1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나 팀이 0-2로 끌려가던 3회초 2사에서 나온 타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시속 94.7마일(152.4㎞)의 빠른 공을 통타해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는데 타구속도는 무려 시속 109.7마일(176.5㎞)에 달했다. 발사각도가 18도에 불과했지만 비거리 418피트(127m)를 날아간 홈런이었다.
상대 투수 라인 넬슨마저 "이제 그가 꽤 좋은 타자라는 걸 안다. 나는 그에게 2-1 패스트볼을 중앙으로 던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꽤 게으른 패스트볼을 상대로 그는 좋은 타자가 될 것"이라고 이정후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MLB의 빠른 공에 시즌 초반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기우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에 대한 유일한 걸림돌은 그가 패스트볼 평균 구속 93마일(149.7km)의 빅리그보다 느린 88마일(141.6km)의 KBO리그 출신이라는 점"이라며 "초반 적응 과정에서 더 많은 삼진을 당할 수도 있다. KBO 리그의 수준은 트리플A와 더블A 사이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빅리거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기 힘들다면서도 결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내고 있다. 넬슨의 94.3마일(151.8㎞) 빠른 공을 때려내 홈런을 만들어냈고 2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선 153㎞의 공을 때려 안타를 터뜨렸다.
멜빈 감독은 "그가 좋은 출발을 했다. 그렇지 않나. 패스트볼, 변화구, 모든 것에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숨기지 못했다.
벌써부터 능력을 입증해내고 있는 이정후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몸에 이상 없이 정규 시즌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정후는 이틀 간 휴식을 취한 뒤 오는 8일 김하성과 고우석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다시 출격할 예정이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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