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예술혼, 실패와 고통 품은 기운생동의 자화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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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예술은 없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평생 이런 신념을 품고 40점 넘는 자화상을 그리고 그리다가 스스로 스러져갔다.
지금 한국 화단에서 서용선(72)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고흐의 명제에 시공간적으로 충실한 작풍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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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예술은 없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평생 이런 신념을 품고 40점 넘는 자화상을 그리고 그리다가 스스로 스러져갔다. 지금 한국 화단에서 서용선(72) 작가는 그 누구보다도 고흐의 명제에 시공간적으로 충실한 작풍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고금의 인물과 도시, 역사를 담은 그림들을 50여년 그리며 인문적 작가로서 전인미답의 경지를 닦은 그지만 적어도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한 그림”이며 “끊임없이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의 신화와 같다”고 과거에 술회했었다. 이런 고백대로 무수한 실패와 고통의 과정을 거치면서 숙성해 왔고 지금도 이런 지난한 과정은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그린 그의 합판 자화상을 비롯해 3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 서용선 자화상의 경로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지난달부터 펼쳐지는 중이다. 1995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등지의 외국과 한국의 도시와 시골 등에서 역사와 도시, 인물을 생각하며 내면에서 격렬하게 맞닿는 이성과 감각의 갈등 등을 견디면서 그린 회화 드로잉 작품 30여점과 입체 조형물 등이 나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작가가 새해 벽두 미국 뉴욕 맨해튼 작업실에서 그린 신작 자화상. 얼기설기 엮은 나무각재 구조물 위에 붙인 합판에 스스로를 노려보는 품으로 그린 이 그림은 서구 르네상스나 바로크 회화의 고전적 구도가 얼추 비치면서도 작가의 몸을 상징하는 듯한 헐거운 나무 구조물의 몸체 위에 얹혀진 위태로운 느낌의 모양새 때문에 지금 시대상황에 대한 작가의 존재론적 고뇌가 육박하듯 전해져온다. 과거 90년대 사실적 선묘로 묘사된 작가의 얼굴과 2000년대 이래 갈수록 색과 거친 선의 필세가 강해지고 몸의 흐느적임이 함께 들어가는 작품의 변화를 살피는 것도 흥미롭다.
요즘 화단에서는 서너달 동안의 뉴욕 작업을 마치고 돌아와 여러 건의 전시들을 열고 있는 서 작가의 경이적인 작품생산력이 화제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에서 아트선재센터의 대규모 서베이 개인전과 신안 암태도 벽화 전시, 마포 문화비축기지의 전시를 연데 이어 국외체류기간인데도 김종영 미술관에서 김을·김주호·김진열 작가와 함께 ‘용 龍·用·勇’(24일까지) 4인전을 꾸렸다. 귀국 직후 관훈동 토포하우스에서 자화상 전시와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의 한국 작가 8인전에도 아트선재에 출품한 작품들 일부를 내어 참여했다.
구작들을 되풀이해 전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전시장마다 다른 성격과 내용의 근작들을 계속 출품하는 괴력의 예술혼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토포하우스에 각양각색 자화상들로 솔직하게 꺼내놓은 내면의 기록들에서 나름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17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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