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판매 난무… 편의점 상비약 오남용 ‘무방비’
단속 한계… 현장 적발 어려워
지자체 “유관기관과 대책 강구”
“편의점 상비약은 늘 여러 개를 사는데, 하나씩만 살 수 있는지 몰랐습니다.”
지난 4일 오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한 편의점. 한 여성이 익숙한 듯 타이레놀 두 상자를 내려놓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은 아무렇지 않게 계산을 마친 뒤 약을 건넸다. 이 과정에서 판매 규정에 대한 안내나 제재는 전무했다. 직원 최미영씨(가명·49)는 “의약품의 1인 1개 판매 규정을 알고 있다”면서도 “특별한 감시가 없으니 손님이 요청하면 어쩔 수 없이 판매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1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편의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마스크를 쓴 20대 남성이 판콜A 두 상자를 달라고 하자 직원은 별다른 제지없이 계산기 두 대를 사용해 약품을 결제해 줬다.
경기도내 일부 편의점이 안전상비약 판매 규정을 지키지 않아 약물 오용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보건복지부가 약사법을 개정하면서 편의점에서도 안전상비약 판매를 시작했다. 약국이 문을 닫는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 상비약이 없어 고통을 겪는 시민을 위한다는 취지다. 현재 경기도내 7천266곳의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고 있다.
대상 약품은 감기약, 해열진통제, 소화제 등 13개 제품으로 약사법상 1회 판매 수량은 동일 품목당 1인당 1개로 제한된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 초기, 일부 편의점이 개수 제한을 어기며 안전상비약을 판매하자 편의점 가맹본부는 약물 오용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계산기에서 안전상비약을 1개 이상 계산하려 할 경우 이를 막는 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이 같은 대안에도 2개의 약품을 다른 계산기에 등록해 판매하는 등 현장에서는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약사법을 위반하면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되고 연 3회 이상 적발 시에는 의약품 판매 등록이 취소되는 등의 처벌 규정이 있지만, 암암리에 이뤄지는 판매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단속 역시 민원이 접수된 뒤에야 해당 편의점을 대상으로 이뤄지거나, 현장에서 2개 이상의 약품을 포장해 판매하는지만 점검하는 등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어 판매 규정 위반을 막진 못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약국보다 심리적 저항성이 낮아 의약품을 쉽게 구입해 과복용할 우려가 있다”며 “소비자는 의약품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관리자는 안전상비약 판매 규정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는 “수백개가 넘는 편의점의 의약품을 1명의 담당자가 관리하는 어려움이 있는 데다 의약품 판매 내역을 볼 수 있는 권한도 없어 현장 적발이 쉽지 않다”며 “유관기관과 협력해 편법을 사용한 부정 판매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금유진 기자 newjean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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