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주인데, 매각 땐 다른 가격…대주주만 배불리는 '경영권 프리미엄'
"의무공개 매수로 소액주주도 참여하도록 해야"
[편집자주] '한류'가 전세계를 사로잡았습니다. 'Korea'도 몰랐던 세계인들이 한국의 음악을 듣고, 한국의 음식을 먹고, 한국의 콘텐츠를 즐깁니다. 그런데 유독 주식 시장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체면을 구기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자조의 뜻이 담긴 '국장'(국내 증시)으로 불리며 평가절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업가치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값을 받자"는 의지의 발로가 최근 정부가 두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밸류업'입니다.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는 과정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뉴스1>은 밸류업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지 않도록 'K-밸류업의 성공조건'을 끊임없이 진단하며 '제값'을 넘어 '프리미엄'도 노리는 K-증시의 변화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 지난해 국내 최대 인수합병(M&A) 딜은 롯데케미칼(011170)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였다. 지분 53.3%를 총 2조5377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주가를 고려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시가의 2배에 달했다. 다만 소액주주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최대주주의 지분만 웃돈을 주고 샀을 뿐, 소액주주 지분은 협상대상이 아니었다.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1주는 같은 주식임에도 다른 가격을 평가받는다. 대주주 지분에는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웃돈이 붙기 때문이다.
6일 DS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영권(대주주 지분)을 인수하려면 현재 거래되는 가격에서 최소 50%에서 최대 2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지불해야 한다.
실제 지누스 M&A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121%에 달했다. 또 남양유업 87%, PI첨단소재 73%, 영풍제지 7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국내 상당수 대주주가 평소 주가에 관심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지금 가격이 낮더라도 팔 때는 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상속세와 증여세를 고려하면 낮은 가격을 유지하다 매각할 때 가치를 더 인정받는 것이 낫다는 계산이다.
문제는 대주주 지분 매각 과정서 생기는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는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수자 측은 대주주에게 프리미엄을 주고 지분을 사지만, 소액주주의 지분은 인수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부에서는 평상시 기업가치를 높이고,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해서 M&A 시 의무공개 매수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제도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잔여주주 모두를 상대로 매수를 청약할 의무를 부과한다.
일본만 하더라도 지분의 3분의 1을 초과취득하면 공개매수 방식으로 사야 하고, 3분의 2를 초과하면 잔여 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체를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해야 한다. 영국과 독일도 지분의 30% 이상을 살 때 잔여주주가 보유한 주식 전체를 프리미엄을 주고 사도록 돼 있다. 미국은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지만, 일반 주주의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도 지분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는 M&A에 대해 총주식의 50%+1주 이상 공개 매수 의무 부과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도 계류 중이다.
더욱이 일반 주주 지분 100%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공개 매수하는 것은 소액주주의 부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50%+1주 제도는 대주주가 우선권을 갖고 소액주주는 후순위라는 약점을 갖는다"며 "대주주가 이 제도를 회피하기 위해 지분율 24%만 매도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소액주주도 M&A 과정에서 동일한 조건에 매각 참여가 가능한 구조로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M&A 시장 위축과 소액주주 특혜라는 반박도 있다. 정부 역시 기업가치 제고 과정에서 특정 주주가 제도에 편승해 혜택을 누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액주주 보호 차원서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전체 시장의 밸류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봐야 한다"며 "M&A 시장이 위축된다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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