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가 찍고 급락...애플 테슬라 등 중국 리스크 본격화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3. 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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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이 4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관해 기자회견하고 있다. 그는 EU가 애플에 대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 유통과 관련,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으며 이는 EU 반독점 규정에 따라 불법"이라고 밝혔다. 2024.03.05. /사진=민경찬

뉴욕증시가 기술주 하락의 영향으로 3대 지수가 모두 1% 넘게 하락하면서 약세를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를 거듭하던 지수가 큰 폭의 하락을 나타내면서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불안한 전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04.64(1.04%) 내린 38,585.19를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52.3포인트(1.02%) 하락한 5,078.6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267.92포인트(1.65%) 떨어져 지수는 15,939.59에 마감했다.

진원지는 악재가 겹친 애플이었다. 애플은 전일 중국시장에서 올해 6주간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장 직후부터 주가가 밀려 2.84%나 떨어졌다. 여기에 테슬라가 4% 가까이 떨어지고, 넷플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3% 가량 하락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됐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CIO(최고투자전략가)인 스콧 래드너는 그러나 "키가 자랄수록 작아지기는 더 어려워진다"며 단기적인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낙관론자들은 이날 하락세가 AI(인공지능) 랠리로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상승한 데 따른 차익실현 소화물량 정도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격언처럼 고점을 찍은 지수가 어느 선까지 빠질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비관론도 존재한다.
악재 겹치는 애플과 테슬라
(크라코프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열린 유럽유대인협회 주관 컨퍼런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2024.01.22 /로이터=뉴스1
전기차 시장의 부진으로 시작된 테슬라 주가 하락은 최근 반등에 힘입어 주당 200달러를 잠시 넘어섰다가 다시 아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어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친환경 전기차 수혜가 사라질 것이라는 뜬금없는 전망에 200달러선이 황망히 무너졌고, 오늘은 독일 베를린 공장폐쇄가 주가를 끌어내렸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 에마누엘 로스너는 "최근 방화 공격이 의심되는 테슬라 베를린 공장은 폐쇄됐다"며 "이번 주에 생산이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산차질을 지적했다. 이어 "테슬라의 손실은 중국 판매 감소로 인해 더 가중됐다"며 "중국 승용차 협회에 따르면 2월 테슬라의 중국산 차량 판매량은 6만4000대 수준으로 전년 7만4500대에 비해 19%나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애플 역시 중국 판매량 하락이 지적되면서 전일 유럽연합(EU)의 2조6000억원대 과징금 부과에 이어 본업의 문제까지 부각됐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올해 첫 6주 동안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나 감소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물밑에서 국산 브랜드 사용을 강제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지난해 말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민간의 아이폰 선호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고 알려졌지만 해가 바뀐 후 나오는 데이터는 시류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돈냄새 잘 맡는 싱가포르 테마섹, 오픈AI에 뭉칫돈
테마섹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AI 산업에 대한 관심은 각국의 국부펀드들에 이어지고 있다. 이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Temasek Holdings)이 챗GPT로 전세계 AI(인공지능) 열풍을 가져온 오픈AI와 투자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테마섹 임원들이 최근 수개월간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과 여러 차례 만나 투자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테마섹은 당초 올트먼의 벤처 캐피털 펀드인 하이드라진(Hydrazine Capital)에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최근 방향을 선회해 오픈AI 자체에 투자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각도의 자본공여를 준비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논의 자체는 진행이 오래됐지만 투자건에 있어서는 아직 예비단계라며 규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양사는 이 논의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최근 협상은 올트먼이 계획한 거대 신규 프로젝트에도 관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은 이사회 축출 및 복귀논란을 겪은 이후 강력한 재신임 권한을 바탕으로 엔비디아가 만드는 최첨단 칩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신규 반도체 제조업을 꿈꾸고 있다.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AI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핵심 하드웨어칩과 그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 발전소 등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하겠다는 발상이다.

올트먼은 이 계획이 월스트리저널(WSJ)을 통해 수천조원 규모라고 알려진 이후 프로젝트 자체는 긍정하면서도 규모면에서는 알려진 것만큼 크지는 않을 거라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이어 지난달 소셜미디어 엑스(X)에 "대규모 AI 인프라와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산업적 경쟁력에 매우 중요하다"며 "오픈AI가 이것을 돕겠다"고 썼다.

올트먼은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엄청난 수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모델 구축 및 교육에 드는 막대한 비용으로 인해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트먼이 예상한 AI 인프라 구축 비용 추정치는 수천억 달러에서 향후 몇 년 동안 최대 7조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기술 벤처 캐피탈이 접근하기 어려운 규모다. 최대 규모에 있어서는 서방 선진국 수개국의 연간 예산합계를 가볍게 넘어서는 초거대 프로젝트다. 이 때문에 올트먼은 테마섹은 물론 중동 국부펀드 등을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은 실제로 아랍에미레트 아부다비의 셰이크 타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과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 등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마섹은 2870억 달러 규모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는 싱가포르 국부펀드다. 이들은 미국 금융결제 관련 기술 스타트업인 스트라이프(Stripe) 등에 투자했다. 싱가포르는 최근 AI를 투자의 핵심 공략산업으로 정하고 이 분야에서 영국 법률 기술 회사 로빈AI(Robin AI)와 한국의 팹리스 AI 칩 스타트업 레벨리온즈(Rebellions), 실리콘 밸리 기반 생성형 AI 칩 설계사 디-메트릭스(d-Matrix) 등에 투자했다.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세콰이어캐피탈 등의 130억 달러 투자금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은 20억 달러를 넘어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술벤처가 됐다. 구글이나 메타가 창립 10년 내에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보다 몇 배의 속도로 크고 있다.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최근 회사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면서 측정한 것을 기준으로 비상장 상태에서 860억 달러(약 115조원)로 평가된다.
미국 비트코인 6만9300달러 거래...사상최고가 경신후 급락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거래가격이 송출되고 있다. 비트코인 판매가격은 이날 오전 10시 55분 기준 최고가 9686만원을 터치했다. 2024.03.05.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선 비트코인이 이날 6만9300달러까지 거래되면서 이전 기록을 넘어 새 사상최고가를 다시 썼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를 인용해 시장 가치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2021년 11월 10일의 이전 사상 최고치인 6만 8990.9달러를 넘어서 6만 9300달러에 거래됐다고 전했다. 올해만 놓고 보면 현재까지 상승률은 약 54%에 달한다. 하지만 신기록 이후 바이낸스 거래소 등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년여 기간을 놓고 보면 비트코인의 가격적 회복탄력성은 놀라운 수준이다. 지난 2년간 헤지펀드 쓰리에로우즈캐피탈과 대출 기관인 셀리시우스, 거래소 FTX 등이 업계에서 차례로 파산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2022년 이후 한동안 폭락했다. 2022년 11월 FTX 파산 신청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1만 6000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1년 후 약 2만 3000달러로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4만 달러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비트코인이 2년 전 전고점을 이번에 넘은 원인으로는 상장주가지수펀드(ETF)의 수요증가를 들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불허방침을 내렸던 비트코인 ETF 신청에 대해 미국 항소법원이 자산운용사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음지의 투기가 양지의 투자처로 바뀐 것이다. 지난 1월 미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비트코인 현물 ETF들은 몰려드는 일반 투자자들로 인해 암호화폐 거래소나 선물 계약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당초 우후죽순 난립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선택하는 대신 SEC가 관리하는 자산운용사 관련 상품을 사들이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급히 늘어나는 불일치가 발생했다.

일부 암호화폐 강세론자들은 비트코인의 다가오는 반감기를 또 다른 동인으로 지목한다. 비트코인은 4년마다 채굴자가 잠금 해제할 수 있는 비트코인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때문에 반감기는 비트코인의 공급을 제한해 가치를 올리는 기제가 된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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