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디지털 대전환기, 정보력이 승패 가른다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를 결정하는 힘은 파괴력이 높은 새로운 기술이다. 18세기에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증기)과 19세기 말에 시작된 2차 산업혁명(전기, 내연기관)이 글로벌 산업 구조의 대전환을 가져왔고 이것이 생산력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를 견인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후 1990년대부터 IT라는 신기술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지금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전환’이 축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시기상으로 보면 1~2세기의 세월이 흘러야 새로운 기술이 출현했던 역사적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개인적으로 3차 산업혁명의 개념까지는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개념은 조금은 오버스럽다고 생각한다. 일단 그 전 단계인 3차 산업혁명은 본질적으로 물리적 생산력의 확대보다는 효율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IT의 본질은 정보의 빠른 획득과 전달을 통해서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에 장점이 있다. 요약하면 1차 산업혁명과 2차 산업혁명이 생산력을 레벨업시키는 에너지원의 발명에 있었다면, 3차 산업혁명과 지금 소위 4차 산업혁명기라는 시대에서 부상하는 기술들은 새로운 에너지원의 발굴이 아니다. 따라서 과거처럼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남보다 빠른 정보의 획득과 분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한 이유로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대전환을 말하면서도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밝지가 않다.
우리는 흔히 디지털 전환이라 하면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가시화된 새로운 기술과 시장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지금 벌어지는 산업대전환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것에 시선을 유도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한 신시장은 2차적인 부산물(by-product)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생산 기술적 측면에서 신흥시장과 선진국 간의 격차가 거의 없어진 지금, ‘앞으로 펼쳐질 블루오션 시장에서 한정된 부가가치를 누가 더 많이 가지고 가느냐’의 문제가 현재 산업대전환의 핵심이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쟁국보다 경쟁 기업보다 정보력의 우위를 가지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에서 밖을 보려 하지 말고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여전히 국내에서의 기술 혁신은 수동적이고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AI에 대한 기술 개발 단계를 넘어 높은 자금 조달 비용을 감수하고서도 AI 산업과 시장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전기차, 이차전지,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등 시장이 정체돼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발생하는 분야만 바라보고 있다. 현장에서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살피고 자본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산업대전환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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