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의 의미[편집실에서]

이름이란 무엇일까요. 조금 더 나아가 이름이 남거나 사라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이름의 첫 번째 풀이는 “다른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물, 단체, 현상 따위에 붙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두 번째 풀이는 “사람의 성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여 부르는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이 알려주듯이 이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다른 사람(것)과의 구별’입니다. 한명 한명이 하나의 우주나 마찬가지인 사람을 다른 우주와 구분 짓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이 이름입니다. 그러니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시인 정현종이 시 ‘방문객’에서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표현한 ‘사람이 오는’ 절차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김춘수의 시 ‘꽃’도 이름의 중요성을 노래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오래전 이름이 사라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끌려가 사도광산에서 일한 조선인 수백명이 아직 이름을 찾지 못했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이들의 잃어버린 이름을 찾아 표지 이야기로 다룹니다.
2021년 12월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2015년에는 군함도(하시마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사도광산은 예전부터 조선인이 강제동원 됐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사도광산에 끌려간 뒤 사라졌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한 조선인의 명부를 작성하기나 했는지, 작성했다면 숨기고 있는지조차 아직 모릅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만 떠돕니다. 일부 명부를 찾아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일본 정부가 공식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카더라’ 수준에 머무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그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습니다. 조선인 강제노역 논란은 비껴가겠다는 속내가 보입니다.
주간경향은 일제강제동원위 위원으로 활동한 정혜경 박사가 20여 년간 추적해 작성한 사도광산 피해자 명단을 받아 공개합니다. 명단에 나오는 사람은 700명이 넘습니다. 이름뿐만 아니라 본적, 생년월일 등 더 자세한 인적사항도 있습니다. 정 박사는 한국의 자료와 일본의 여러 자료를 수집해 이들의 명단을 교차 검증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사도광산에 동원된 조선인들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나이는 14세부터 48세까지이고 출신 지역은 주로 충남·북, 강원, 경기, 경북, 전남·북도 있습니다. 온갖 자료에 산재한 그들의 이름을 찾아 명부로 만드는 순간, 잊혔던 그들의 존재도 소환됐습니다.
700여명의 이름을 주간경향 지면에 꼭꼭 눌러 기록합니다. 그래도 숙제는 남습니다. 찾아낸 만큼의 이름이 아직 기록되지 않은 채 묻혀 있습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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