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커피, IPO 주관사 뽑는다더니… 반년째 ‘검토 중’
연내 상장 계획 무산 가능성
증시 인기없는 프랜차이즈株
”그냥 한번 찔러본 것” 평가도
할리스커피의 국내 1호 커피 프랜차이즈 상장사 도전이 완전히 멈췄다. 작년 8월 국내 주요 증권사로 기업공개(IPO) 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뒤 다수 증권사로부터 입찰제안서까지 받았지만, 정작 경쟁 프레젠테이션(PT) 등 선정 작업은 중단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2월 중 경쟁 PT를 진행해 연내 상장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후보군(숏리스트) 발표도 없었다. 기업가치 산정을 놓고 어려움을 겪다 결국 IPO 포기를 택한 이디야커피,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수순을 밟은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할리스커피 운영사 KG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 8월 국내 주요 증권사에 입찰제안서(RFP)를 발송하고 수령한 제안서를 약 6개월째 검토하고 있다. RFP 발송을 시작으로 통상 2개월 안에 주관사 최종 선정이 이뤄지는 것과 대조된다.
회사 측은 앞서 지난해 12월 숏리스트를 선정하고 경쟁 PT를 진행해 연내 주관사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키지 못했다. 올해 들어 재차 2월 중순 경쟁 PT를 진행하고, 늦어도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청구를 하겠다는 얘기까지 꺼냈으나 역시 이행하지 못했다.
KG할리스에프앤비는 지난 2018년 KG그룹이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로부터 할리스커피를 1450억원에 인수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KG이니시스가 완전 자회사인 크라운에프앤비를 통해 KG할리스에프앤비를 지배하는 구조로, 지분 74.3%를 보유하고 있다.
KG할리스에프앤비의 상장은 경쟁 심화에 맞서기 위한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2018년 1549억원이었던 매출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출현 등 영향으로 1359억원(2022년)으로 줄었다.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며 영업이익은 160억원에서 85억원으로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2021년 이종현 KG할리스에프앤비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 2024년 상장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공모자금을 활용해 전국 약 550곳에 불과한 매장을 확장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스타벅스는 전국에 1900곳 넘는 매장을 갖추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KG할리스에프앤비의 연내 상장은 불가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관사 선정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내고 상반기 중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도 시간이 촉박해서다. KG할리스에프앤비는 그러나 여전히 상장 채비와 관련한 방침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KG할리스에프앤비가 주관사 선정 절차를 멈춘 데는 제안서에 담긴 기업가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영향이 크다고 증권업계는 입을 모은다. 회사 측은 상장 후 최소 4000억원 몸값을 목표 중이지만, 제안서 내 몸값은 3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리스커피와 같은 식음료 프랜차이즈 업종은 국내 주식 시장이 외면하는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가맹점 유통 마진에 의존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특성상 이익 개선이 쉽지 않고,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장기간 흥행하는 경우도 거의 없어 사업 불안정성도 큰 탓이다.
몸값을 산정할 수 있는 비교 기업이 거의 없는 데다 특히 커피 프랜차이즈는 같은 업종에 상장 선례도 없다. 2021년 투썸플레이스가 비교 기업 선정 등 기업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다가 IPO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KG할리스에프앤비가 만약 상장하게 되면 국내 1호가 된다.
앞서 이디야커피는 상장을 추진하며 스틱커피 제조·유통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지만, 프랜차이즈 기업을 향한 시장 외면을 넘지 못하고 무기한 연기를 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에셋증권은 KG할리스에프앤비 RFP를 수령하고도 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KG할리스에프앤비의 주관사 선정 절차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상장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굳어지고 있다”면서 “RFP가 돌 때부터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KG할리스에프앤비가 그냥 한번 찔러본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한편 KG할리스에프앤비 측은 “주관사 선정 등 상장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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