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의 신' 신진서 9단, 안주는 없다…"나보다 강한 인공지능이 있다"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신진서(24) 9단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근래는 '적수가 없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바둑계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신 9단은 현재의 기량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발전된 모습을 그리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안주 없는 노력. '바둑 1인자' 신진서 9단의 힘이다.
신진서 9단은 지난달 23일 제25회 농심신라면배에서 한국의 마지막 주자로 출전, 6연승을 기록하며 대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이로써 신 9단은 자신의 바둑 커리어에 또 하나의 우승을 추가했다. 신 9단은 앞서 LG배 3회 우승, 응씨배 우승, 삼성화재배 우승, 춘란배 우승 등 메이저 세계 기전 6회 우승과 함께 농심배 4회 우승을 달성한 바 있다. 이외에도 국내기전과 세계기전에서 총 30회 정상에 올랐다.
통산 승률이 79%(994전 784승 2무 208패)로, 한국기원 통산 승률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처럼 현재 신진서 9단은 적수가 없는 강자다. 한국 바둑사 최고수 계보에서도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이후를 잇고 있다.
하지만 신진서 9단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있다.
신 9단은 4일 뉴스1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에서 만나 "주변에서 전성기의 정점이라고 하지만 아직 멈출 수 없다. 나보다 강한 인공지능(AI)이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더 성장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기량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팬들에게 '끝없이 성장하는 기사'라고 늘 소개한다.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등 대선배들과 비교하면 시작이 초라했다. 메이저 대회 첫 우승도 20세로 남들보다 특출 나지 않았다. 그동안 준우승도 많고, 실패도 많이 겪었다"면서 "실패를 통한 경험 덕에 더 발전할 수 있다. 아직도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계속된 성장을 약속했다.
'신공지능'이라 불릴 정도로 AI와 가장 비슷한 수를 두는 신진서 9단은 여전히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는 농심배 우승 후 개인 일정과 대국 등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AI를 통해 연구하고 있다.
신 9단은 "AI는 이제 친구라고 생각한다"고 웃은 뒤 "나보다 더 뛰어난 AI와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다. AI는 인간과는 다르게 수학적으로 바둑을 풀어나가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신진서 9단은 기량 증가와 함께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도 많은 애를 쓰고 있다. 지금은 차분한 느낌의 신진서 9단이지만 프로바둑 기사로 입문한 초창기에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란커배 결승전에서도 신진서 9단은 구쯔하오 9단과의 첫판에서 이겼지만 이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2, 3번째 판에서 패해 역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신 9단은 "그동안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놓친 경기가 많았다. 바둑 실력이 모자라서 패하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마인드 컨트롤 실패로 패하면 더욱 분하고 아쉽다"면서 "이 부분을 많이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고 아주 좋아졌다. 패배라는 비싼 대가로 단점이 고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약점을 없애기 위해 신 9단은 선배 혹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신 9단은 "선배님들 대국 모습도 보고, 조언도 들으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다른 종목의 스포츠 선수들이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면서 "감정 조절은 조금만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다. 문제점을 알고 있는데 개선하지 못하면 한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이 이번 농심배에서 제대로 효과를 봤다. 특히 구쯔하오(중국) 9단과의 마지막 대국에서는 실수를 범한 뒤에도 평정심을 유지해 승리를 따냈다.
신 9단은 "일부 스포츠 선수들은 경기의 중요도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 반면 나는 그동안 경기의 중요도에 마음가짐이 바뀐다. 최근 들어서는 승부보다는 내 바둑에 집중하려는 마음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대회는 약 4시간 정도 대국이 이뤄지기 때문에 많이 먹고, 많이 자면서 체력을 관리했다. 또한 이전에는 마냥 쉬었지만 이제는 하루 전에 충분한 준비가 이뤄져야 심적으로 편하다"면서 "농심배를 위해 중국 상하이에 도착한 뒤에는 늘 대국 후 밥 먹고, 다음 경기를 준비한 뒤 충분하게 잠을 자는 패턴을 유지했다"면서 자신만의 루틴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전했다.
dyk060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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