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무부처 국방부 장관, 방산전시회 갈등에 '나 몰라라'
상호간 맺은 양해각서 내용 모르고 일방적 언급
尹대통령과 국방부, 방산수출 지원 강조하면서
국제적 망신 상황 됐는데…알아서 해결해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2년마다 개최되는 지상무기 방산전시회가 궤도를 벗어나 헤매고 있다. 현재 상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같은 날짜에 경기도 고양 킨텍스와 충남 계룡대 비상활주로 두 곳에서 각각 열리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7년 ‘방산 4강’ 도약을 강조하고 있지만, 방위산업 축제가 돼야 할 방산전시회는 산으로 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0여년 동안 ‘DX KOREA’ 국제방산전시회는 민간기업(당시 DXK)과 육군협회가 손을 잡고 성장시켜왔다. 그러나 육군협회는 DX KOREA와 결별하고 유사 전시회인 KADEX를 별도로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1회 전시회부터 2020년 4회 전시회까지는 거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 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2022년 5회 전시회부터 약 10억원의 수익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는게 중론이다.
기본적으로 IDK(DXK에서 변경)는 방산전시회를 통해서만 매출이 발생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에 대한 수익 환원과 격년제로 열리는 행사 준비를 위한 사무실 운영 및 다음 전시회 준비 등을 위해 수익금을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육군협회는 합당한 대우를 받지못했다며 추가 기부금을 요구했다. 상호 비방과 고발 상황에까지 이르면서, 결국 8년 동안의 동반자 관계를 청산하게 될 상황이다.
게다가 육군협회는 KADEX 행사장으로 계룡대 비상활주로를 선택했다. 계룡대 비상활주로에 전시관을 만들려면 수십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 천막돔으로 설치된 전시관 내부에서 방산기업 임직원과 전시 장비들은 불편한 환경을 인내해야만 한다. 누구를 위한 전시회인지 의문이다.
이같은 행태는 방산을 성원하고 있는 국민들 보기에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그런데도 주무부처 수장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당사자끼리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뺐다. 신 장관은 지난 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지상방산전시회 주최는 그간 육군협회에서 해 왔고, 육군협회가 대행사를 정하는 문제”라면서 “국방부는 변함없이 육군협회 주최하는 행사를 후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간 지상방산전시회 DX KOREA는 육군협회와 IDK, 육군본부 3자간 양해각서(MOU)에 따라 개최돼 왔다. 특히 육군협회와 IDK 간 맺은 MOU에 따르면 육군협회는 △대정부 및 육군 등 관련 기관 업무창구 △전시회 참가자 유치 지원 △전시회 홍보 및 참관객 유치 지원 △주관기관의 요청 사항 지원 등 역할이 ‘지원’ 업무에 국한돼 있다.
반면 IDK를 ‘주관기관’으로 적시하면서 IDK가 △전시회 기획 및 운영 △예산의 투자 및 집행 △전시장 예약 및 임차 △홍보 및 광고 △기타 총체적 운영을 담당하도록 돼 있다. 육군협회는 그 대가로 기부금을 받는게 협력의 조건이었다.
신 장관은 지난 달 언론에 중동 3개국 순방 성과를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이 순방을 다녀와 이를 직접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성과 설명의 대부분을 방산협력 부분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의 방산 수출 지원 의지에 맞춰 국방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공언한다. 하지만 신 장관의 말대로 민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 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이 직접 방산 수출 지원에 나서는지 의문이다. 갈등 중재의 책임 역시 있다는 얘기다.
전시회는 하나의 브랜드로서 기능을 한다. 대한민국 지상방산전시회를 떠올리는 순간 대한민국 무기체계들의 우수성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도록 해야한다. 9월 개최되는 DX KOREA와 KADEX 모두 역대 최대 해외 인사 초청을 홍보하고 있다. K방산의 높아진 위상을 고려할 때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와 방산기업, 무관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해외 바이어들이 국내 방산업체들에게 ‘어느 행사에 가야 하느냐’ 묻는다고 한다. 국제적 망신이다.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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