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제약·바이오…임상 지연에 영업 위축

황진중 기자 2024. 3.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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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여파…교수진 업무 과중에 IRB 구성도 힘들어
"임상 지연 시 비용 문제 우려"…제약사 집회 참석 강요 의혹 논란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2024. 3. 4/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전공의 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도 각종 여파가 몰아치고 있다. 교수진 업무가 가중되면서 임상시험을 위한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구성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 심사 등에 의료계 전문가 참석이 어려워지면서 급여 심사 일정 등도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약 업계는 의약품 설명회 등 학술행사에 의료진 참석이 둔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제약사 직원의 의사 집회 참석 강요 의혹도 제약업계에서는 입장이 난처한 상황이다.

6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 등이 전공의가 빠진 환자 치료에 직접 투입되면서 새로운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은 IRB 위원 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제약·바이오 기업 등이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IRB 심사를 받아야 한다.

IRB는 인간과 인체 유래물을 대상으로 수행되는 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타당성과 인체유래물은행 운영의 적절성을 심의하는 기구다.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안전·복지를 보호하면서 연구대상자의 임상 연구 참여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임상시험의 진행 여부를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제약·바이오 업계 전문가는 “의료 공백이 생긴 후 3주 정도 된 상황으로 임상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아직 우려하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새로운 임상 시작이나 진행 중인 임상이 지연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서 계획한 일정대로 임상이 진행되지 않는 것은 제약·바이오 기업에 있어 기회비용이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임상 기간은 곧 비용이다. 상장사는 공시한 임상 계획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것이고 비상장사는 투자자들을 설득할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인공지능(AI) 의료 업계에서는 보험 급여 절차가 늦어지는 상황이다. 디지털‧AI 혁신 의료기술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요양급여 대상, 비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보험 급여 적용 등이 가능하다.

심평원으로부터 보험 급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문평가위원회(소위원회)의 검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소위원회에는 대학병원 교수 등 의료인이 참여하는데 이들의 참여가 어려워지면서 급여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디지털‧AI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심평원에서 심의 회의 등을 여는 데 한계가 있어 일부 기업이 신청한 보험 급여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디지털‧AI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보험 급여 적용 여부 결과가 중요한 데 일단 시간만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술대회 등을 통해 의약품을 소개하고 있는 제약사는 영업활동에 위축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춘계 학술대회 시즌을 앞두고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하면 행사가 계획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대학병원 교수가 현장을 떠난 전공의 빈자리를 연속적인 당직 근무 등으로 메우고 있는 만큼, 학회 연자로 나서는 교수들이 어쩔 수 없이 학회에 불참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약사 직원의 의사 집회 참석 강요 의혹도 논란거리다. 3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총궐기 대회를 앞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들의 집회 참석을 강요받았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이 됐다.

경찰은 관련 의혹을 중대사안으로 보고 첩보 수집에 나서는 한편 구체적인 불법 행위가 확인되거나 관계 당국의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즉시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제약업계로서는 실제 경찰 수사로 이어질 경우 압수수색이나 관련 조사에 응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기에 관련 의혹이 의사와 제약사 간 리베이트 등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4일 "유사 사례가 있는지 모니터링 중"이라며 "실제로 의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사 직원에게 불필요한 일을 강요하면 강요죄가 된다. 각종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 행위가 있는지는 현재 첩보 수집 단계"라고 말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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