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담배가게 아가씨'의 환심을 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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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담배가게에는 아가씨가 예쁘다네. 짧은머리 곱게 빗은 것이 정말 예쁘다네. 온 동네 청년들이 너도나도 기웃기웃기웃, 그러나 그 아가씨는 새침떼기."
하지만 담배가게 아가씨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28일 주총에서 담배가게 아가씨의 마음은 당장의 선물보다 그 청사진을 보여줄 청년에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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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송창식이 부른 '담배가게 아가씨'는 동네 청년들이 담배가게 아가씨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한 가사로 유명하다. 가사에 등장하는 청년들은 환심을 사기 위해 장미를 사들고 가고 눈싸움을 벌인다. 하지만 담배가게 아가씨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웃음을 주다가도 콧방귀를 낀다. 마침 기회가 온다. 불량배에 포위된 아가씨에게는 백마의 기사가 필요하다. '아자자자' 외치며 돌진하는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노란 하늘빛이다.
KT&G는 국내 시장의 대표적인 '담배가게'다. 전매청 시절 담배 독점 사업권을 누렸고 1989년 공기업(한국담배인삼공사)으로 전환하고 2002년 민영화하면서도 외국 담배회사의 추격을 뿌리치고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KT&G처럼 자국 담배회사가 살아남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 KT&G는 오히려 해외로 눈을 돌려 글로벌 5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KT&G는 민영화 이후 모두 내부 인사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100년 넘게 독점 지위에 있다 보니 담배 전문가라고 할 만한 외부 인사가 없었던게 근본적 이유였다. 하지만 9년간 회사를 경영해 온 최장수 사장이 물러나면서 담배가게는 유래없는 태풍에 휩싸였다. 외부에서 담배가게 경영에 참여할 절호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가사처럼 온 동네 청년들이 기웃거리는 배경이다.
이사 2명을 뽑는 자리에 4명이 출전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자는 역시나 담배가게 출신이다. 공모를 통해 내부 출신을 사장 후보자로 내세웠다. 담배가게는 외부인사도 한명 추천했다. 담배가게가 커지면서 독단적 의사결정을 막기 위해 만든 자리(사외이사)다. 이 자리에 동네 청년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담배가게 지분이 제법 있는 은행에서 추천한 판사출신 교수, 끊임없이 담배가게에 이익을 나누라고 요구해온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대표다.
담배가게 경영에 참여하려면 담배가게 아가씨(의결권 있는 주식을 가진 주주)의 맘에 들어야 한다. 새침떼기 아가씨의 환심을 사야 한다. 아직은 '립서비스' 뿐이다. 어떤 청년은 반지를 주고 명품백을 사주겠다며 아가씨 마음을 흔든다.
하지만 아가씨는 눈 앞의 다이아몬드보다 담배가게의 미래에 더 관심이 많다. 1년전 주주총회에서 이런 성향이 드러났다. 주당 5000원 배당을 내세운 이사회 안건이 68.1%의 지지를 받은 반면 1만원을 제시한 행동주의 펀드 안건은 32.2%에 그쳤다.
1년전 주총에선 외부 청년들의 담배가게 경영 참여 시도도 무위로 끝났다. KT&G 이사회가 추천한 청년들은 재선임됐지만 외부에서 추천한 화장품, 치약, 생활용품 등 잡화점 출신 청년들은 쓴잔을 들이켰다. 선물공세를 공언했던 잡화점 출신 청년의 득표는 담배가게 추천 청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당장의 고배당보단 안정적 미래 성장에 더 마음이 끌렸던 셈이다.
담배가게 아가씨에겐 외국계 담배가게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장을 지킬 청년,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자자자' 외치며 직원들과 돌진할 청년이 필요하다. 28일 주총에서 담배가게 아가씨의 마음은 당장의 선물보다 그 청사진을 보여줄 청년에게 갈 것이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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