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지원금, 얼마를 받든 세금 0원"…부영 '파격'에 정부도 응답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이 전액 비과세된다. 출산지원금이 근로소득으로 간주돼 과세표준 상향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편법 증여나 가족기업의 악용을 막기 위해 특수관계인간 출산지원금은 비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기업들의 출산지원금 지급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파격적 세제 지원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재부는 이런 방향으로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한 출산지원금은 원칙적으로 근로소득으로 인정하지만 세금을 물리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출산장려금 지원 혜택이 세 부담을 지지 않고 근로자들에게 온전히 돌아가도록 하겠단 취지다.
비과세 대상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출산 후 2년 내 지급하는 출산 지원금(최대 2차례)'이다.
현재 6세 이하 자녀의 출산·양육지원금의 경우 월 20만원(연 240만원) 한도로 비과세하고 있는데 출산지원금에 대해서 한도를 없앤다.
세제 혜택은 올해 1월 1일 이후 지급된 출산지원금부터 소급 적용된다. 근로자가 올해 출산지원금을 받았고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를 가졌다면 세제 혜택을 받는다.
다만 기업이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지급하면 증여세를 물린다. 또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은 제외된다. 편법 증여나 탈세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출산장려금이 근로소득에 합산돼 세 부담이 늘어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당수 기업이 직원들에게 출산·양육지원금을 지급한 데 이어 올 초 부영이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겠다고 밝히면서 세금 문제가 불거졌다.
연봉 5000만원의 근로자가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받으면 과표가 올라가 2000만원 이상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전액 비과세 조치로 추가 세 부담 없이 출산장려금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1억 받고 세금 2750→250만원"…한 달 만에 '출산지원금 稅 혜택'
정부가 기업의 출산지원금 장려를 위해 파격을 택했다. 기업이 근로자에게 주는 지원금 전액을 비과세한다. 한도 없이 세금을 물리지 않는 건 처음이다.
부영그룹의 출산장려금 1억원 지원을 두고 '세금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지난달 5일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자녀 70명에게 1억원씩 지급했다. 증여방식을 선택했다. 더 높은 근로소득세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연봉 수준에 따라 근로자가 출산지원금을 지원받고 소득세를 많게는 2000만원 수준 물어야 해서다. 연봉에 출산지원금까지 포함하면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어난다. 과세표준이 오르면 소득세율이 치솟는다.
이에 부영그룹은 증여방식을 택했다. 세율은 10%로 낮아졌지만 회사 입장에선 출산장려금을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게 돼 법인세 부담을 지게 됐다.
과도한 세금 부담에 여론 반응은 싸늘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달 13일 기획재정부에 직접 "출산 지원 활성화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즉각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유다.
그간 기재부 세제실도 고민이 적잖았다. 분할과세 방식, 현행 출산·양육지원금 비과세 한도 조정 등 여러 대책을 고심했지만 전액 비과세란 '파격'을 택했다.
이로써 출산 이후 2년 내 직장으로부터 지급받는 출산지원금(최대 2회)은 소득세를 물지 않게 된다. 올해 지급한 분부터 소급 적용한다. 2021년 이후 출산한 아이를 가졌다면 혜택을 챙길 수 있다.
정정훈 세제실장은 "출산지원금 액수의 제한을 두면 정부가 기업 지원에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느낌,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파격적 전환이 필요해서 기업들이 더 큰 금액을 줄진 모르겠지만 전액 비과세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제당국은 이러한 세제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장치도 뒀다. 우선 기업들이 출산지원금을 줄 땐 공통된 지급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또 기업이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줄 땐 증여세(최소 10%)를 매긴다.
정 실장은 " 근로자가 아닌 자녀에게 지급할 땐 증여세를 매기겠다"면서 "본인이 안 받고 지원금을 자녀가 받으면 1억원을 증여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업이 지배주주의 특수관계인에게 출산지원금을 주는 경우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다.
또 다른 관심은 이미 출산지원금을 준 부영 직원들의 사례다. 이대로 라면 지원금에 대한 증여세를 물면서 낸 근로자 개인도 손해다. 법인도 인건비 지급에 따른 비용처리를 받지 못한다.
이들이 근로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방법도 제시됐다. 자녀에게 지급한 지원금을 부모 또는 회사에 되돌려줘야 한다. 현재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준 증여액은 10년동안 2000만원까지만 비과세다. 1억원을 받았다면 8000만원에 대해선 세금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
정 실장은 "부영그룹의 경우 지원금 관련 근로소득으로 간주하도록 논의할 것"이라면서 "1억원을 자녀 통장에 남겨놓고 싶다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근로자가 부모 또는 회사에 돌려줄지, 어떻게 정리할진 협의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출산장려금을 줄 수 있는 대기업, 중산층 근로자에게 세제 혜택이 쏠린단 비판은 여전하다.
정 실장은 "여력이 있는 기업에 혜택을 지원하게 되고 다른 기업들도 국가와 미래를 위해 지원금을 지원할 수도 있다"면서 "이외 기업들의 경우에는 별도 재정지원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있고 앞으로 필요한 시스템은 갖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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