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이재명은 김대중 정신의 계승자인가?
“김대중 이후 최고 정치인” 백낙청 등 진보 진영은 딴소리
이들의 최고 목표는 미국 배제한 남북 통일
그래서 반미·친북 세력도 국회로… 이런데도 DJ 정신 계승자인가
공천 파열음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큰 위기에 빠졌다. 이재명의 사욕이 문제라고 한다. 이대근 우석대 교수(전 경향신문 편집국장)는 공천 파동이 ‘잠재적 당권‧대권 경쟁’이자 이 대표의 ‘자기애의 표출’이라고 비판했다. 공천을 핑계로 자기가 사랑하지 않거나,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이들을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월 11일 탈당 선언에서, 민주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성토했다. 하지만 ‘사욕론’은 공천 파동의 한 측면만 보는 것이다.
다른 측면은 ‘정체성론’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이 사라진 ‘낯선 집’이 됐다고 직격했다. 단순한 타락이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라는 당의 정체성이 사라진 결과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낙연은 24년간 민주당원이자 총리였고, 유력한 대선 후보였다. 하지만 DJ의 아들 김홍걸 의원은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것은 이낙연이라고 비난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은 민주당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J의 최측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재명의 모습에서 김대중의 모습을 읽었다”고 했다. 심지어 “김대중 전 대통령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과연 이재명 대표는 DJ 정신을 잇고 있는가? 처음 이재명 대표는 시민활동가, 인권변호사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전과 4범이다. 지금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7개 사건에서 10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DJ 정신이 이런 것인가.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 하지만 진보 진영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김홍걸, 박지원의 견해가 주류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원로인 백낙청 전 서울대 교수도 이재명을 “김대중 이후 최고의 정치인”으로 칭송한다. 기득권층에 눌린 민중의 에너지를 분출시켜, 상층 결정 구조까지 도달케 한 유일한 지도자가 이재명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이낙연과 탈당파가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자다.
놀랍다. 하지만 정청래 의원에 따르면, “노무현·문재인처럼 지금은 이재명이 민주당 시대정신”이다. 이런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백낙청의 ‘2기 촛불 정부’론이라는, 나름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고 있다. 백 교수는 1기 촛불 정부인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과제를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 촛불 혁명의 과제란 미국의 분할전략이 낳은 분단체제를 깨고 통일을 달성하는 것이다. 또한 분단체제에 기생해 온 기득권층을 제거하고, 민중이 직접 지배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2기 촛불 정부를 세워야 하고, 이재명이 그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백 교수는 지난해 말 ‘2기 촛불 정부와 22대 총선’이라는 제하의 2024년 신년 칼럼을 발표했다. 여기서 그는 4월 총선은 물론 2027년 대선도 ‘2기 촛불 정부 건설’에 더 높은 목표를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87년 체제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장집 교수는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타협한 1987년 ‘보수적 민주화’를 높이 평가했다.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 연합이 대표적 사례다. 이에 반해 백 교수는 DJ 정부가 수구세력과의 불안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격하했다. 6·15 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도 실패했다.
그리고 뒤를 이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점진적 쿠데타’를 통해 87년 이전으로의 회귀를 획책했으나, 촛불 대항쟁으로 무너졌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도 미완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는 최악이다. 헌법 부재의 ‘변칙적 사태’고, 그냥 도둑정치(kleptocracy)다. 87년 체제의 정상 작동은 끝났다. 더 이상 헌법 절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건곤일척의 대회전을 벌여, 윤석열 정부를 조기에 무너뜨리는 게 목표다.
백 교수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4월 총선 담론 중 이재명 대표를 교체하자는 주장이 가장 저열하다. 한 석이라도 더 얻자는 총선 프레임도 위험하다. 단순히 선거에 승리해 국회를 장악하고, 4기 민주당 정부나 수립하자는 게 아니다. 촛불 혁명을 위해 민중의 에너지를 모으자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연합정당을 세워야 한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반미‧친북 세력에 국회 진출의 길을 열어주었다.
백 교수는 “세상을 요동치게 만드는 게 우리 국민의 체질이며 전통”이라고 한다. 그 힘으로 개벽 차원의 거대한 역사적 과제, 신동엽 시인이 노래한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 열자는 것이다. 이재명은 부활한 전봉준이다. 공천 파동 수면 밑에는 이런 터무니없지만 무서운 생각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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