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따라 살래”… 확산되는 콘텐츠 추종 소비
영화와 드라마 보고 여행지 결정
MZ 스타일 참고서 된 ‘유포리아’
웹툰 참고해 저녁 메뉴 결정… 구매에 영향 주는 ‘상품 해석’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다. 봄을 맞아 ‘트렌치코트’를 구매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수천 개의 상품이 제시된다. 이처럼 구매 선택지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큰 만족감을 느낄까? 오히려 그 반대다. 도무지 어떤 제품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감정을 ‘포보(FOBO·Fear Of Better Options)’, 즉 ‘내가 선택한 것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라 부른다.
포보 상황에서 소비자 의사결정은 오히려 비합리적으로 변한다. 최선의 결정을 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정보 탐색과 대안 평가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을 최대한 단순화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내가 본 ‘콘텐츠’를 추종해 소비하는 모습이다.
콘텐츠 추종 소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영역은 여행이다. 글로벌 예약 플랫폼 익스피디아(Expedia)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영화와 드라마가 소셜미디어를 제치고 여행 목적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선정되었다. 전 세계 66%의 소비자가 영화·드라마에 등장한 촬영지를 여행 목적지로 고려했으며 이 중 39%는 예약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의 패션을 따라하는 모습도 콘텐츠 추종에 해당한다.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요즘은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예컨대 전 세계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HBO의 시리즈물 ‘유포리아(Euphoria)’의 최고 관전 포인트는 등장인물의 패션이다. 2019년 첫 방영 이후 ‘유포리아 룩’은 하나의 패션 장르가 되어 몇 년째 MZ세대 스타일 참고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결국 제작사와 담당 스타일리스트는 직접 ‘유포리아 패션’이라는 패션북을 제작하기까지 했다. 책에는 시리즈 속 장면과 함께 등장인물의 착장 아이템, 스타일링 포인트가 상세하게 서술되어 소비자의 추종 소비를 돕는다.
콘텐츠를 추종하면 복잡한 구매 의사결정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비합리적인 소비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콘텐츠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창구 역할을 하지만, 한정된 마케팅 예산을 분산해 사용해야 하므로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 준다.
분명한 사실은 이런 콘텐츠 추종의 확산은 앞으로 브랜딩, 마케팅, 유통 전략은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형성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이다. 상품이 갖는 가치를 발견하고 상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 해석’이 이제는 구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자사만의 차별화된 관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단지 제품력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상품의 타깃을 정확히 설정하고, 거기에 맞는 소비자 접점 활동을 펼치는 ‘선택과 집중’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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