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저토마토를 반값에”... 中 알리, 이젠 국산 신선과일도 판다

이미지 기자 2024. 3.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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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업체들, 국내 유통시장 공략

‘부산 대저 토마토 2.5㎏ 1만3900원’

5일 중국 이커머스 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는 정가 2만7800원인 국내산 토마토를 50%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앱 첫 화면에 띄웠다. 이날 국내 이커머스 업체에선 같은 무게의 대저 토마토가 1만8900원~3만2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최저가 상품과 비교해도 알리가 5000원 저렴했다. 알리가 1만5290원에 판매한 ‘논산 설향 딸기’(750g) 박스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보다 1만원가량 싸다고 소문이 나면서 이틀 만에 230박스 넘게 팔렸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김지연(47)씨는 “배송에 사흘이 걸린다는데, 워낙 저렴해서 시험 삼아 하나 주문했다”고 말했다.

저렴한 공산품 위주로 국내 유통 시장을 공략해 온 알리가 과일·육류 같은 신선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최근 배송 기간을 단축하고, 국내 업체를 대거 입점시킨 C-커머스(China+e-commerce·중국 이커머스)가 약점으로 꼽히던 신선 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며 국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알테쉬(알리·테무·쉬인)로 대표되는 C-커머스가 전격적으로 신선 식품 판매에 나서자 쿠팡과 컬리처럼 새벽 배송에 강점이 있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대형 마트와 SSM(기업형 수퍼마켓)까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생활용품 같은 공산품 쇼핑의 주도권이 이커머스로 넘어간 상황에서 대형 마트와 동네 수퍼마켓이 마지막 보루로 여기던 신선 식품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가 자본력을 앞세워 최저가 공세를 펼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다급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수수료를 인하해 입점 업체와 상품군을 늘리고, 아직 비교 우위에 있는 신선 식품군을 확대하고, 익일 배송 시스템을 강화하는 식이다.

◇판매 품목 확대하는 C-커머스

알리는 지난 4일부터 딸기, 토마토, 장어, 한우 등 신선 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알리가 지금껏 콜라나 통조림 등 일부 가공식품을 판매해왔지만, 품질관리와 빠른 배송이 핵심인 신선 식품을 판매한 것은 처음이다. 알리가 신선 식품 판매자 입점 문의를 받기 시작한 지 일주일여 만에 상품을 공급하겠다고 등록한 국내 업체가 수백곳에 달했다.

알리는 신선 식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배송 기간도 기존 사흘에서 이틀 정도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한국 내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C-커머스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던 배송 기간을 국내 업체처럼 익일 배송 수준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알리 같은 C-커머스 업체들이 국내 판매자를 다수 확보하면서 최대 3일로 정해둔 배송 기간이 사실상 1~2일로 줄어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C-커머스 업체가 신선 식품 시장에 뛰어든 배경엔 물류 시스템 확충 외에도 국내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도 있다. 최근 알리와 테무는 국내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용자 수가 기대했던 수준 정도까지 오르면 상품 매입가를 낮추는 데 자금력을 동원할 수 있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는 지난 10~12월에만 각각 6조3000억원, 3조9800억원의 영업·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다. 한 국내 유통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신선 식품에 뛰어들면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모든 상품군에서 ‘무한 경쟁’이 벌어지게 생겼다”고 말했다.

◇생존 전략 짜는 K-커머스 업체들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응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G마켓은 지난달 15일부터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 배송’에 신선 상품을 추가했다. 전날 오후 6시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저온 센터에서 상품을 배송해 준다. 롯데온은 6일부터 매출 성적이 부진한 판매자 100명을 선정해 온라인 광고 하는 법, 고객 공략법 등을 교육해주고 이 프로그램에 참가만 해도 롯데온에서 광고비로 쓸 수 있는 포인트를 10만원어치 지급하는 판매자 컨설팅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SSG닷컴은 오후 11시까지만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배송해주는 ‘쓱1데이 배송’ 가능 상품을 전년 4000여 개 수준에서 올해 4배 이상인 1만7000여 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11번가는 다이소처럼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모아 2000~9900원에 판매하는 전용 매장을 열고, 일부 판매자에게는 알리처럼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롯데온은 최근 일부 상품 판매자에 대한 수수료를 9%에서 5%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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