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외신도 이해 못 하는 전공의 사직
“아니, 일이 많아 인력을 늘려준다는데, 왜 젊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나요?”
지난달 한 유력 외신 콘퍼런스콜(전화 편집회의)에서 한국 주재 기자가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을 발제했더니 데스크(분야별 보도 책임자)들은 너도나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과당 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기자가 설명했더니 “자격증까지 걸 문제냐”는 질문이 돌아왔다고 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한국 정부와 의료계의 충돌은 국제사회에서 낯선 풍경이다. 전공의 1만명의 사직서 제출로 병원들이 마비되자, 정부는 지난달 29일까지 병원에 복귀하라고 했다. 복귀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4일부터 면허정지나 형사 고발 등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가 강경 방침을 실천할지는 미지수다. 의료 대란을 못 견딘 정부가 늘 백기를 들어왔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해 총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달래려 정부는 의대 정원을 351명 줄였다. 2020년 들어 정원을 되돌리려다 코로나 사태 속 전공의 집단 행동에 꼬리를 내렸다.
2000명 추계 적정성 논란 등 정부 책임론도 만만찮은 상황에서 총선을 앞둔 정부가 한걸음 물러선다는 시나리오도 의료계·정치권 일각에서 나온다. 과거 사례와 이런 시나리오를 믿기 때문일까. 일부 전공의들은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정하겠다”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병원에 사직서를 낸 한 인턴이 지난달 29일 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2차관을 대화 주체로 인정할 수 없고 의사협회나 의대 교수들도 ‘2000명 증원 논의’에서 발을 빼라고 하면서 한 말이다. 수련의(한국의 전공의)가 파업하더라도 급여·근로시간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해외에서는 한국의 상황이 상상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병원비·건강보험료·세금 등 형태로 의사들 급여를 대는 환자(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성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영·수’만 일류(一流)고 인술·시민의식은 이류·삼류인 의사들이 늘어난 결과라는 자성론이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대화로 상황을 마무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일부 전공의들을 보고 있자면 20년 넘게 반복된 느슨한 타협이 되풀이돼선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 넘은 행동에 대해서는 ‘칼집 안에만 있던 칼’이 칼집 밖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이 이기적인 직업 단체를 용납할 정도로 엉터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적인 의료계의 목소리에는 정부도 귀 기울이고 물러설 부분은 물러서야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부·의료계가 아니라 국민·환자가 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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