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MS, 애플, 엔비디아 빅 3 각축전의 승자는?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2024. 3. 6.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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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랐다. 미국 증시 시총 1위는 세계 1위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 만큼 시장은 MS의 전략에 주목한다. 주식시장은 특히 AI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AI 기술을 주도하는 곳은 챗GPT를 만든 오픈AI다. 이 회사에 10조원 이상 투자한 MS는 최대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AI 돌풍의 진정한 승자는 엔비디아다.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얼마 전 구글, 아마존을 따돌리고 MS, 애플에 이어 시총 3위에 올랐다. 불과 10년 전 50위권 밖이던 엔비디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빅3에 오른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지난해 증시침체 국면에서 시장을 주도한 것은 M7으로 불리는 기술주 기업이다. 서부영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에 빗댄 용어로 증시를 견인해온 애플, MS,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 테슬라, 엔비디아 7대 기업을 가리킨다. 올해는 M7이 아니라 엔비디아의 독주라고 할 만큼 엔비디아 강세가 두드러진다. 빅3 각축전의 최종 승자가 누구일지 알 순 없지만 3파전의 추이를 관찰하면 세계 경제의 향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애플과 MS는 디지털경제를 주도해온 빅테크이자 오랜 라이벌이다. 경쟁은 198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6년 차고에서 PC 제조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애플은 1984년 매킨토시(맥)를 출시했다. 맥은 IBM, HP 등 거대기업의 PC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디자인도 뛰어나고 기능마저 우수했다. 애플은 기존 PC와 경쟁해야 했고 운영체제를 놓고는 MS와 경쟁했다. 당시 애플의 '빅브러더 광고'는 광고업계의 전설이 됐다. 1984년 미국 슈퍼볼 경기 중 단 한 번 공개됐지만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고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광고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패러디했다. 영상을 보면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러더가 대중을 세뇌하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여전사가 쇠망치를 들고 달려오고 무장경찰이 뒤를 쫓는다. 여전사는 빅브러더를 향해 쇠망치를 던져 스크린을 박살낸다. 그리고 광고카피가 올라온다. "애플 컴퓨터는 1월24일 매킨토시를 출시합니다. 여러분은 소설 '1984'와 다른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광고의 빅브러더는 MS를 가리킨다. 애플이 MS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시총 1위는 석유기업 엑손모빌이고 애플은 2011년 왕좌에 오른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는 애플의 시대다. 2018년을 제외하고 줄곧 1위 자리를 지켰고 애플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군림했다. 2024년 2월7일 숙적 MS는 난공불락의 애플을 무너뜨린다. 한 달간 주가는 10% 이상 오르고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하며 1위에 등극했다. 애플은 2조9000억달러로 2위로 내려온다. 증시 역사상 시총 1조, 2조, 3조달러를 처음 돌파한 것은 애플이지만 뒤쫓던 MS는 애플의 벽을 넘어섰고 시총 최고기록도 갈아치웠다. 돌풍의 엔진은 AI다. 오픈AI에 거액을 투자하고 챗GPT를 검색엔진 '빙'(Bing)에 탑재하는 등의 전략이 딱 들어맞은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파죽지세로 최단 시간에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한 엔비디아가 결국 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다. 지금처럼 AI 열풍이 계속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스마트폰 최강자 애플이 '온디바이스 AI' 전략으로 반격할 수도 있다.

시장과 기술경제는 모두 AI를 바라본다. AI의 미래는 인류의 미래다. 최근 오픈AI는 텍스트를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생성형 AI '소라'(Sora)를 선보이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제 AI가 '게임 체인저'로 자리잡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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