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섭다"...예비 며느리 강간하려 마약 투약한 50대 [그해 오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예비 며느리를 성폭행하기 위해 마약을 강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2020년 3월 6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그해 오늘,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강간상해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당시 56) 씨에게 이같이 선고하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 시설에 5년 동안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김 씨는 2019년 8월 13일 아들의 여자친구였던 A(당시 35) 씨에게 전화했다. 당시 좋지 않은 일들로 힘들어하는 A씨를 위로해 준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중 크게 싸워 잠시 따로 살고 있었고, 이 기간 범죄 피해를 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 뒤인 15일 오후 김 씨는 A씨 집으로 가 A씨를 차에 태운 뒤 경기 포천시에 있는 한 펜션으로 향했다. 그동안 남자친구 집안의 경조사 등을 챙겨온 A씨는 김 씨와 평소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복층 구조의 펜션에 도착한 김 씨는 “깜짝 놀라게 해 주겠다”며 A씨를 2층으로 이끈 뒤 수건으로 A씨의 눈을 가리고 손을 앞으로 내밀어 보라고 했다.
그 순간 팔에 따끔한 감각을 느낀 A씨는 깜짝 놀라 수건을 벗었고, 주사기를 든 김 씨는 돌변해 또다시 투약을 시도했다.
A씨는 머리가 어지럽고 몸에 감각이 없어지는 가운데 펜션에서 나오려고 했으나 문이 잠겨있었고 난간을 붙잡고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가까스로 경찰에 신고한 A씨는 소변 간이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종천 포천경찰서 강력팀 형사는 2022년 10월 28일 E채널 ‘용감한 형사들2’에서 “검거 후 차량 수색 결과 필로폰 주사기 160개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필로폰 투약 전과가 있었고, 그의 아내도 마약 사범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A씨에게 마약을 투약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강간 시도는 부인했다.
김 씨는 구속된 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재판에 넘겨지면서 강간상해 혐의가 추가됐다.
그는 법정에서도 “(A씨가) 아들과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아 위로하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속내를 들어보려 했다”며 “마약에 취하면 얘기를 잘할 것 같아 투약했지만 강간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범행 당시 펜션 화장실에서 발견된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해선 “평소 전립선 비대증이 있어 치료 목적으로 갖고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김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발기부전치료제는 정기적으로 먹는 약품이 아닌 일회용이고 치료 목적이라는 근거도 없다”며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피해자를 만났고 마약을 강제 투약한 이유도 일관성이 없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검거돼 불구속기소 된 김 씨의 아내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같은 해 9월 1일 항소심 재판부도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해 징역 5년에 추징금 125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사를 맞는 과정에 피해자에게 상해가 있었고 그 외에 피고인의 행위로 여러 가지 신체변화가 있어 피해자에게 상해가 인정된다는 1심 판단이 정당하다”면서 “자연 치유가 가능하므로 상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김 씨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김 씨가 수사기관과 1심 법정, 항소심 법정에서 한 말이 모순된다”면서 “발기부전 치료제가 담긴 주사기를 피고인의 집이 아닌 범행이 일어난 펜션 화장실에 놔뒀다는 점, 전립선 비대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주사기가 아닌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점, 교도소에선 약을 처방받은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김 씨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A씨는 2019년 9월 6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마약전문치료 병원을 다니고 있다며 “사람이 무서워졌다. 이제 사람도 못 믿고 배우자도 못 믿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가족도 못 믿을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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