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미분양 냈던 日 건축가, '건축 노벨상' 받다

채민기 기자 2024. 3. 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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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경기 성남시 타운하우스 '판교 하우징'. 주민들이 어울리는 공동 정원 주위에 각 세대를 배치하고 현관에 유리를 써서 소통을 강조했으나 초기에는 사생활 침해 논란 등으로 미분양됐던 프로젝트다. /사진가 남궁선

미국 하얏트 재단이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올해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79)을 선정했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로써 일본은 1979년 이 상이 제정된 이래 8회에 걸쳐 총 9명이 이 상을 수상해 최다 수상자 배출 국가가 됐다.

심사위원회는 “자유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전통적 관념을 해체하고 주택을 이웃과 단절된 상품으로 전락시킨 오랜 조건을 거부한다”며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의 유대 관계를 구축하는 건축가이자 사회 운동가”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을 커뮤니티에 심어주고, 건축의 규율에 의문을 제기하며,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건축에서도 공간은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일깨웠다.”

야마모토는 “나에게 공간을 인식한다는 것은 공동체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오늘날 건축의 접근 방식은 사생활을 강조한 나머지 사회적 관계의 필요성을 부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건축의 공간 안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삶과 문화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다.”

2024년 제53회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 /Tom Welsh

건축에서 사적 공간을 줄이고 공용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역사회권’이라는 용어로 개념화했다. 그의 설계로 국내에 건설된 경기 판교의 타운하우스와 서울 세곡동 아파트는 이런 생각을 실현한 작품들이다. 판교에서는 주민들이 공유하는 정원 주위에 각 세대를 배치하면서, 현관 벽에 시선을 가리지 않는 유리를 사용했다. 세곡동 아파트 역시 현관문을 투명한 유리로 만들었다. 그러나 판교 타운하우스가 초기 미분양되는 등 그의 시도는 국내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마모토는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이사했다. 1968년 니혼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도쿄예술대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3년 자신의 설계 사무소인 ‘리켄 야마모토&필드 샵’을 설립했다.

첫 작품이었던 나가노의 야마카와 빌라(1977)를 시작으로 사이타마 현립대학(1999), 중국 톈진 도서관(2012) 등을 설계했다. ‘투명성’을 중요한 건축 언어로 삼았고, 도시계획에서는 규모나 용도와 상관없이 모든 건물이 대지를 통해 자유롭게 연결돼야 한다는 원칙을 정립했다.

야마모토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SANAA(세지마 가즈요·니시자와 류에), 이토 도요오, 반 시게루, 이소자키 아라타에 이은 일본의 9번째 수상자다. 국가별 수상자 수 2위는 8명을 배출한 미국이며, 한국인 수상자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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