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라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4. 3. 5. 23:30 수정 2024. 4. 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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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뺏기는 아이, 빼앗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동민이(4세)네 집에 어린이집 친구들이 놀러 왔다.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고, 아이 엄마들은 식탁에서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동민이가 앙∼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친구 중 한 명이 동민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뺏은 것이다. 그 친구 엄마가 앉은 채로 “민재야, 동민이 다시 줘. 동민이 울잖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엄마들에게 웃으면서 “괜찮아. 괜찮아. 남자애들은 저렇게 싸우면서도 또 잘 놀아”라고 했다. 민재는 하하 호호 웃으면서 다른 엄마들과 이야기하고 있는 자기 엄마를 한 번 쳐다보고는 동민이에게 뺏은 장난감을 그냥 가지고 놀았다. 동민이 엄마는 속상했다. 동민이는 사실 친척이나 친구랑 놀 때 맨날 장난감을 뺏기고 우는 쪽이다. 뺏는 쪽 아이 부모가 나서주면 좋겠는데, 대부분 ‘놀다가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식이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유아나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어른이 좀 개입해야 한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좀 어렵기 때문이다. 어른이 개입해서 남의 집 아이라도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런데 남의 아이를 가르칠 때는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아이 엄마한테 양해를 구하는 것이다. 미소를 지으면서 “언니, 기분 나빠하지 마요. 저도 ○○이 사랑해요. 내 자식 같으니까 조금만 가르쳐줄게요”라고 좋게 말한다. 그 아이에게도 짧게 가르쳐준다. 그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약간의 위기 상황에서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적절하게 개입해서 아이들을 잘 지도하는 것, 잘 가르쳐주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다.

아이들은 어릴수록 혼낼 일이 없다. 나쁜 짓을 해도 가르쳐주면 된다. 그 아이에게 “이거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그러면 ‘나 이거 가지고 놀아도 돼?’라고 말로 하는 거야. 그럼, 빌려줄 거야”라고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안 빌려주면요?”라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러면 좀 기다렸다가 놀면 되거든. 이렇게 확 뺏으면 다칠 수 있어”라고 친절하게 좋게 말해준다.

어떤 부모들은 속상한 마음이 순식간에 화로 변한다. “야! 너 왜 동민이 거 뺏어? 다칠 뻔했잖아!” “네 거 아니잖아!”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배웠어?” “너 그러면 나쁜 사람이야.” 이렇게 무섭게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냥 어린아이한테 엄청 큰 어른이 무섭게 화내는 것밖에 안 된다. 혼내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 아이 부모도 화가 나게 되어 있다.

내 아이가 매번 뺏기기만 한다면, 내 아이도 좀 가르쳐야 한다. “누가 네 것을 뺏어 가면 ‘이거 내 거야. 빌려 달라고 말해’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아이가 “그래도 가져간다고!”라고 하면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거나 밀치면 안 돼. 그럴 때는 옆에 있는 어른들한테 얘기하는 것이 좋아. 그게 좋은 방법이야”라고 가르쳐 준다.

단, 그 아이가 내 아이 장난감을 가져가서 노는데, 내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논다면 그때는 나서지 않아도 된다. 너무 어린아이들은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빌려줘” 하는 순차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그냥 쓰윽 가져가서 놀기도 한다. 내 아이가 괜찮다면, 그냥 지켜봐 주어도 된다.

만약 이렇게 좋게 가르쳐줬는데도 그 아이 엄마가 기분 나빠한다면, 자주 만나거나 긴 시간 동안 놀게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 관계 유지를 위해서 그저 꾹꾹 참기만 하다가 더 이상 못 참을 지경이 되어서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만나지 말아야겠다’라고 결론을 내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 아이도 그 부모도 그렇다. 나도 내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조금 나쁜 행동도 실수도 할 수 있다. 대처가 서투를 수도 있다. 그때마다 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도 그렇게 배울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뭔가 불편하거나 꼬이면, 도망가거나 대판 싸우거나 단절해 버릴 수도 있다. 조금 불편했지만,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은 좋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도 어떤 갈등은 단번에 좋아지지 않아도 결국은 풀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몸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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