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이라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아이들은 어릴수록 혼낼 일이 없다. 나쁜 짓을 해도 가르쳐주면 된다. 그 아이에게 “이거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그러면 ‘나 이거 가지고 놀아도 돼?’라고 말로 하는 거야. 그럼, 빌려줄 거야”라고 가르쳐준다. 아이들은 “안 빌려주면요?”라고 묻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러면 좀 기다렸다가 놀면 되거든. 이렇게 확 뺏으면 다칠 수 있어”라고 친절하게 좋게 말해준다.
어떤 부모들은 속상한 마음이 순식간에 화로 변한다. “야! 너 왜 동민이 거 뺏어? 다칠 뻔했잖아!” “네 거 아니잖아!” “어린이집에서 그렇게 배웠어?” “너 그러면 나쁜 사람이야.” 이렇게 무섭게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그냥 어린아이한테 엄청 큰 어른이 무섭게 화내는 것밖에 안 된다. 혼내는 것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 아이 부모도 화가 나게 되어 있다.
내 아이가 매번 뺏기기만 한다면, 내 아이도 좀 가르쳐야 한다. “누가 네 것을 뺏어 가면 ‘이거 내 거야. 빌려 달라고 말해’라고 말하는 거야”라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아이가 “그래도 가져간다고!”라고 하면 “그렇다고 친구를 때리거나 밀치면 안 돼. 그럴 때는 옆에 있는 어른들한테 얘기하는 것이 좋아. 그게 좋은 방법이야”라고 가르쳐 준다.
단, 그 아이가 내 아이 장난감을 가져가서 노는데, 내 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잘 논다면 그때는 나서지 않아도 된다. 너무 어린아이들은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 “빌려줘” 하는 순차적인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그냥 쓰윽 가져가서 놀기도 한다. 내 아이가 괜찮다면, 그냥 지켜봐 주어도 된다.
만약 이렇게 좋게 가르쳐줬는데도 그 아이 엄마가 기분 나빠한다면, 자주 만나거나 긴 시간 동안 놀게 하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낫다. 관계 유지를 위해서 그저 꾹꾹 참기만 하다가 더 이상 못 참을 지경이 되어서 ‘진짜 이상한 사람이야. 만나지 말아야겠다’라고 결론을 내는 것은 좋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그 아이도 그 부모도 그렇다. 나도 내 아이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다 조금 나쁜 행동도 실수도 할 수 있다. 대처가 서투를 수도 있다. 그때마다 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지는 말아야 한다. 아이도 그렇게 배울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뭔가 불편하거나 꼬이면, 도망가거나 대판 싸우거나 단절해 버릴 수도 있다. 조금 불편했지만, 문제가 있었지만, 결국은 좋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이도 어떤 갈등은 단번에 좋아지지 않아도 결국은 풀어 갈 수 있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몸으로 배우게 될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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