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日·대만이 ‘K반도체’에 던진 경고
日 지원받아 구마모토 공장 준공
韓 각종 규제·민원에 진행 더뎌
주민 인식 개선·투자 확대 시급
2024년 2월24일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현 1공장이 준공됐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2022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한 구마모토 공장은 준공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부지 약 21만㎡, 내부 클린룸 4만5000㎡다.
만일 TSMC가 구마모토가 아닌 한국땅 어딘가를 공장 후보지로 삼았다면 그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한국에선 사업이 결정되면 주민 공청회 등으로 그 첫발을 뗀다. 이 과정에 1년 반에서 2년이 소요된다. 이후 사업지구에 포함된 토지, 건물 등 현황조사에 또 두세 달이 걸린다. 또 두세 달이 걸려 감정평가가 진행돼 보상액이 정해진다.
보상 개시에도 당사자 통보 등을 위해 또 한두 달이 소요된다. 여기까지만 해도 최대 2년8개월이다. 실제 택지지구 지정부터 토지보상 착수까지 2기 신도시인 성남판교는 24개월, 위례는 30개월이 소요됐다. 착공 전까지가 그랬다는 얘기다.
보상이 시작되어도 토지주 등이 반발하면 또 시간이 걸린다. 이때부터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SK하이닉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해도 2019년 부지가 선정됐지만, 생산 시설 착공을 아직 못했다. 지역 민원과 토지보상 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투자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한·일 간 차이는 비교 불가다. 한국 정부는 법인세만 일부 깎아주면서 시설투자를 독려한다. 일본은 구마모토 공장 시설 투자액의 절반가량(약 4조2300억원)을 정부 예산으로 댔다.
일본은 치밀했다. 일본은 최소 2019년부터 제 나라 땅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 위한 초석을 놓았다. 그해 6월 경제산업성이 경제안전보장실을 설치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 가열되는 패권 경쟁 와중에서 자국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안보 대책의 일환이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때다.
이어 2021년 10월 일본 정부는 내각에 경제안보 담당 대신(장관)직을 신설했다. 이때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다. 리더십이 바뀌었지만 관련 핵심 관료를 계속 기용해 정책 연속성을 담보했다. 같은 해 국회에선 일사천리로 추경 예산을 만들어 구마모토 공장 지원액을 확보했다. 구마모토 공장은 그 이듬해 일본 새 회계연도가 시작(4월)하자마자 그 돈을 받아 착공했다.
새 반도체 공장을 일본에 내준 대만에서 한국의 미래가 엿보인다. TSMC는 대만 본사 인근에 신규 공장을 만들려 했으나 지난해 그 계획이 최종 무산됐다. 토지 수용을 거부하는 현지 주민들이 문제였다.
반도체 공장은 안정적인 전력망과 풍부한 수자원, 반듯한 지형 등이 필수다. 도로 등 인프라도 잘 깔려 있어야 한다. 국토가 그리 크지 않은 대만에서 새 공장 터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마침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는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강화되면서 TSMC가 해외로 눈을 돌렸다. 구마모토 외에 미국, 독일에서 지어지고 있거나 지어질 TSMC 공장이 그 결과다.
반도체 공장이 해외로 나가면 엔지니어 등 관련 인력 유출이 뒤따른다. 구마모토 공장 직접 고용 인원 1700여명 중 400여명이 대만에서 옮겨온 이들이다. 기술도 유출된다. ‘기술 이전 및 협력’이라는 번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이는 결국 기술 해외 유출이다. 내 동네에 공장이 생기면 기대할 만하였을 지역경제 활성화도 남의 일이다. 올해 반도체 예산을 겨우 1조3000억원 찔끔 편성한 정부, 반도체 회사에 대한 지원을 ‘대기업 특혜’라고 막아선 야당 둘 다 반성해야 한다.
나기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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